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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Aug 08. 2024

나가 죽어라

"그 따위로 할 거면 나가 죽어! 나가 죽으라고!"


악을 쓰는 이 민원인은,

콜센터 직원인 내가 아니라 정부기관에

폭언을 쏟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분명 내가 아님을 머리로는 아는데도,

마음을 누가 난도질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말 한마디에 정말 사람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함부로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뒈질 사람이면, 나가 뒈져야지."


눈앞이 까매지는 느낌.

잊고 싶은 과거가 다시 고개를 내민다.


'나는 살인을 방조한 건지도 몰라.'


군부대에서 '대대'

시골 중고등학교와 규모와 비슷하다.

학교에서 학년, 학급이 나뉘듯

대대 예하 중대, 소대로 제대가 구분된다.

그리고 학급마다 담임선생님 재량이 강하듯,

각 중대 및 소대도 자체적인 고유 권한이 있다.

그래서 다른 중대에서 일어나는 일은 간섭하기 쉽지 않다.


길게 써 내려간

군 조직에 대한 내 설명이 무겁다.

'다른 중대였어'라는 변명.


그 중대 행정보급관은

병사들에게 소리를 자주 질렀다.

내용은 잘 알아듣기 힘들지만,

그가 한번 소리 지르기 시작하면

대대 전체가 천둥 치듯 울리고는 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을까?

그 중대 병사 하나가 목 맨 채로 발견되었다.

'일 따위로 하지 말고 나가 죽으라'는

행정보급관 폭언에서 자살시도까지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나와 야간 당직근무도 함께 했던 병사.


월이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잊히지 않는다.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타인의 폭언에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기.

나도 폭언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과거를 향한

작은 속죄가 되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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