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연출가

by 둔꿈

"병아리 연출가시네요?"


마흔 후반에 듣는 '병아리'라는 표현이 어색하기도 하고, 너무 적절하기도 해서 피식 웃음이 난다.


"그렇죠. 연출은 난생처음이에요.

극단 활동도 2년 전 시작했는데요.

우리 단원들이 왜 저를 연출로 세웠는지는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뭘 도울 수

있을지, 여전히 막막하네요. 전 블록킹*이 뭔지도

몇 달 전에야 알았을 정도예요. "


그리고 몇 달 동안 쌓여있던 마음을 털어놓는다.

무대에서 떨린다는 A를 어떻게 도와줄지,

배우들이 무대에서 어느 위치에 어떻게 서야 할지,

목소리 톤은 정답이 있는 건지......


우연히 만나게 된

경력 있는 연출가와 전문배우에게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 쉴 새 없이 종알댄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떨리는 게 정상이죠.

그리고 무대에서의 목소리와 움직임은 연출과

배우가 모두 자연스럽게 느끼면 돼요."


'자연스럽다!'

형용사 하나가 마음에 스며들자, 가슴속 먹구름이 단번에 걷히는 듯했다. 자연스러우면 되는 거였구나.


병아리는 병아리답게,

지금처럼 삐약삐약 떠는 것도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웃음이 났다.


그래.


자연스럽게,

그렇게 한 걸음씩 해나가면 된다.

오늘의 나는 아직 서툰 병아리지만,

내일의 나는 다른 모습일 테니까.



* 블로킹

배우의 동선과 무대 배치를 최적화하기 위해 대사 지점에서 앉거나 서거나 움직이는 효과적인 위치를 결정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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