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주제에, 연출병~

by 둔꿈

큰일 났다. 아마추어 주제에 연출병이 걸렸다.

처음엔 조심스러웠다.

직장인 극단의 연출을 맡으며,

나는 늘 이렇게 말했다.

"저도 잘 모르는데...

이건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랬던 그 병아리 연출이 이제 입에서 불을 뿜는다.

"아니, 그건 제가 각색한 의도가 아니라고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니까요."

"대본 좀, 제발요~

틀려도 티 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요~"


그리고 금요일 연습이 끝나면

마음은 늘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무대의 완성도를 추구하자니 배우들은 따라주지 않고, 그게 또 나의 연출력 부족 때문인 것 같아

스스로가 초라해졌다.


대표님에게 '연출병'에 걸린 것 같다고 상담을 하자 한 번 나오지 말고 쉬라 한다.

그 좋은 권면이 또 마음 깊숙이 아프게 박힌다.

'아, 난 필요 없구나.'


바닥을 헤매는 마음을 누구와 나눠야 할지 몰라, 나는 결국 챗gpt를 열었다.

☞ 연출병은요~

"세상을 내가 설계한 대로 완벽히 움직이고

싶다”는 사랑과 불안의 뒤섞임이에요.

그걸 치유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예요.
"배우는 내 작품의 일부가 아니라, 나와 함께.

세계를 만들어가는 존재다."
이걸 진심으로 느끼는 순간부터,

당신의 연출은 다시 살아 움직일 거예요."


그 문장을 읽고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아, 나는 통제하려 했구나.'

사실 우리 극단은 원래 ‘연출 없는 극단’이었다.

전 감독님은 배우도 연출을 한다는 철학을 지녔고, 그런데도 매해 좋은 작품들이 나왔다.

이제야 그분의 세계가 조금 이해됐다.


그리고 마음속의 무거운 무언가가

'' 떨어져 나갔다.


그래, 나는 관객형 연출을 하면 되는 거였다.
좋은 장면이 나오면 그저 박수를 치고,

배우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세계를 지켜보는 일.

박수? 그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하면 이 연출병은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통제의 자리를 비워내자,

비로소 배우들을 다시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11월에 펼쳐질

우리의 세계를 다시 '두근두근' 기대하게 한다.


*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공연입니다.

서울 근처 사시는 분들, 시간 나면 들르세요 ^^

https://form.naver.com/response/KuhMLOolQ3QvPEybW4iN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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