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서 두 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들리지 않았다.
몇 초가 지났을까.
그제야 귀에 들어온다.
“괜찮아?”
앞을 보니, 손에 쥐고 있던 밀크커피가 체육관 바닥에 쏟아져 있었다.
아… 기절했었구나.
7시까지만,
잠깐 배드민턴 치고 집에 가려 했는데……
그래도 희미하게, 어지러움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의 느낌은 기억난다.
'안 돼. 정신 차려야 해. 집에 가야지.
아들 깨워서 아침밥 먹이고 학교 보내야 해.'
주마등은 아니지만,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떠오르는 건
결국 가장 사랑하는 사람,
혹은 가장 소중한 무언가인 것 같다.
오늘 일 덕분에 10여 년 전,
영점사격장에서 기절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점심을 허겁지겁 먹고는
언덕을 넘어 사격장에 도착했었다.
훈련병들이 오기 전에
준비 상태를 점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선에 올라서는 순간,
눈앞이 핑 돌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행히 흙바닥이라 추가적인 외상은 없었다.
그때도 기억이 흐려지는 와중에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안 돼. 우리 중대 훈련병들은… 사격 통제는…'
그 혼절도 몇 초 남짓이었던 것 같다.
눈을 뜨니 조교 한 명이 구급차를 부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들어 막았다.
“괜찮아. 조금 쉬면 될 것 같아.
다들 걱정하니까, 이 일은 그냥 모른 척하자.”
그리고 영점사격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늘은 아들이 걱정할까 봐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때는 중대가 불안해질까 봐 조교 몇 명의 입을 막았다.
지금은 ‘엄마’로,
그때는 ‘군인’으로.
나는 여전히 이렇게 살아간다.
그리고 모두들,
각자의 자리에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