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해군

by 둔꿈

운 좋게 해군 관함식에 다녀왔다.

부산 앞바다는 파도가 높았고,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하지만, 대한민국 해군 80년 역사상 여섯 번째 열리는 행사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흰 정복을 입은 해군들이 반짝이며 정갈하게 서 있었다. 귀빈이라도 된 듯 으쓱하며 자리에 앉았지만, 곧 기분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제2 연평해전의 박동혁 병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총탄이 날아드는 와중에도 뛰어다니다 다쳤다는 그의 일화에, 눈앞 철 구조물들이 이상하게 대비되며 내 마음을 꾹 눌러왔다.

이때, 해군 군악대가 작은 리사이틀을 시작했다. 무거운 마음을 떨치고 그들을 향해 큰 환호성을 보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응원하듯이.

나는 육군 퇴역 군인이지만, 해군을 가장 응원한다.

박 병장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기도 하고, 민원실에서 들었던 해군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여전히 아리게 남아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육군은 상을 당하면 전화 한 통으로 끝난다.
하지만 해군은 달랐다.

“출항했습니다.”라는 한 마디에,

상담원이 당황하고 헤매는 일이 정말 많다.

부고를 전해도, 헬기가 있는 함정의 병사만 육지로 돌아오거나 아예 귀환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또, 해군과 그 가족들은

병사들의 복무 기간보다도 훨씬 더 긴 삶을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채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상담했던,

어느 한 해군 아내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남편을 몇 달 못 봤어요.

진해 군 아파트에서 아이들과 살고 있는데요.

드디어 남편이 한국으로 돌아온다길래 기뻤는데,

왜 제주도로 가죠? 그리고 다시 떠난다니...”

그 모든 상념을 마음에 담은 채,

나는 눈앞에 펼쳐지는 관함식을 바라보았다.

정조대왕함과 세종대왕함,

그리고 각종 함정과 잠수함, 헬기 및 무인기가

힘차게 바다와 하늘을 가르며 지나갔다.

그 장면은
그야말로 강한 해군 그 자체였다.

수많은 세월,
수많은 희생.

그 모든 것을 거쳤기에 강해질 수 있던 걸까?

해상과 공중의 시끌벅적한 행사가 모두 끝났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어떤 울림이 오래도록 떠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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