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편소설
또 그 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상가 옥상으로 올라가 그 아이는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냥 원래 그런 걸 좋아하는 아이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5시 정각에 해가 지는 방향으로 멀리 노을 지는 바다를 바라보며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눈길이 향했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걸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이틀 전에 슈퍼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원래라면 슈퍼 앞에 앉아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으며 괜스레 지나가던 아이들 붙잡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던 아주머니들이, 오늘은 옹기종기 모여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겨 슈퍼 구경하는 척 그 옆을 어슬렁거리며 아주머니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횟집 앞 살던 가시나 얘기 들었나?”
“들었다. 가시나 참 불쌍하데이… 이제 막 중학교 입학했다던디.”
“단짝 친구도 참으로 안됐다. 어린 나이에 눈앞에서 친구를 잃었다 안 하나…”
“에이구, 세상 참 야속하지…”
나는 더 이상 서성이기엔 눈치가 보여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이야기가 아무래도 저 아이의 사연인 것 같았다.
바다에서 친구와 함께 놀다가, 그 친구를 잃은 것일까.
그래서 매번 바다를 저렇게 아련하게 보는 걸까.
나는 추론만 할 뿐, 그 이상을 알 수 없었다.
며칠 후였다.
집에 가는 길에 하늘이 유난히 붉게 물든 날,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그 아이를 보았다.
그 아이는 오늘도 옥상 위에 있었다.
노을빛을 얼굴에 가득 받으며, 무언가를 조심스레 접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바람이 방향을 바꿨는지, 그 아이가 날린 종이비행기 하나가 휘청거리더니 내 앞까지 날아왔다.
나는 망설이다가 종이비행기를 주워 펼쳤다.
그 안에는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젠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인가 봐.”
순간, 가슴 한쪽이 묘하게 저릿했다.
나는 괜히 종이비행기를 다시 곱게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날 이후, 나는 이상하게 5시만 되면 시계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매번 옥상에서 흩날리는 종이비행기를 찾아 걸음을 재촉했다.
비행기가 떨어지는 방향으로 달려가 주워 읽으면, 거기엔 언제나 짧은 글귀들이 적혀 있었다.
“오늘은 하늘이 예쁘다. 너도 보고 있겠지?”
“파도가 잔잔한 날은 네 목소리가 더 잘 들리는 것 같아.”
“이제는 울지 말자 그랬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
날짜가 지날수록, 문장들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졌다.
마치 그 아이가 바다 건너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같았다.
그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 바람은 유난히 세게 불었다.
그 아이는 한참 동안 종이비행기를 손에 쥔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진지해 보이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결심한 듯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그 아이가 손을 놓자, 종이비행기는 놀라울 만큼 높이 떠올랐다.
바람을 타고 멀리, 아주 멀리, 바다 너머로 사라졌다.
그날 이후, 옥상은 비었고 매일 5시가 되어도 그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문득 옥상이 궁금해져 그곳으로 향했다.
낡은 철문을 밀고 올라가자, 문 앞에 종이비행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위엔 짧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제, 나도 보내줄게.”
나는 그 종이비행기를 조심스레 접어들고 옥상에 올랐다.
붉은 노을이 바다 위로 길게 번지고 있었다.
나는 아이가 바라보던 그 방향을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바람은 잔잔했고, 종이비행기는 천천히 멀어져 갔다.
“그 아이에게, 닿기를.”
비행기가 바다 위를 넘어서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나는 서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노을이 질 때면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쩐지 그때 그 종이비행기가,
아직도 바람을 타고 어딘가를 날고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