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전기는 처음부터 공공재가 아니었다

민간 전력회사와 국가가 처음 충돌한 지점

by 지적 지니

전기는 처음부터 공공 인프라였던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전기를 수도, 도로, 통신망처럼 당연한 사회 기반으로 생각하지만, 초기 전기는 철저히 민간 사업의 영역이었다. 발전소를 세우고, 전선을 깔고, 특정 지역의 부자 고객과 공장에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이었다. 문제는 전기가 단순 상품의 지위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기는 조명에서 시작해 공장, 철도, 가정, 도시, 병원, 행정, 군수산업으로 번져갔다. 어느 순간 전기는 “있으면 편리한 상품”이 아니라 “없으면 사회가 멈추는 조건”이 되었다.

여기서 국가와 기업의 첫 번째 충돌이 발생했다. 기업은 자신들이 투자했고, 위험을 감수했고, 전선을 깔았으므로 가격과 공급 조건을 스스로 정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는 처음에는 이를 어느 정도 인정했다. 초기 전력망은 막대한 고정비와 기술 리스크를 필요로 했고, 민간 자본 없이는 빠르게 확장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가 도시 생활과 산업 생산의 기반이 되자, 국가는 더 이상 “민간이 알아서 파는 상품”으로 전기를 둘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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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자료: 초기 뉴욕의 전력망 확산 지도]


미국의 경우 이 충돌은 전면 국유화보다 먼저 공익설비 규제로 나타났다. 위스콘신은 1907년 Public Utilities Law를 통해 공익설비 규제 체계를 구축한 초기 사례였고, 이 법은 넓은 의미의 public utility 개념과 요금·서비스 규정*의 틀을 만들었다. 이후 여러 주가 비슷한 규제위원회를 세웠고, 1914년에는 43개 주가 전기 유틸리티 규제위원회를 두게 되었다. 이는 국가가 “전력회사는 사기업이지만 보통 사기업은 아니다”라고 선언한 첫 번째 국면이었다.


이때 국가가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같은 도시에 여러 전력회사가 각각 전봇대를 세우고, 각자 전선을 깔고, 각자 고객을 따로 묶으면 사회 전체 비용이 커진다. 전력망은 자연독점의 성격을 갖는다. 그렇다면 민간기업에게 지역 독점권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독점권을 인정받는 순간 그 기업은 더 이상 순수 사기업처럼 행동할 수 없다. 요금, 공급 안정성, 접속권, 투자 의무를 공적으로 규율받아야 한다.

여기서 기업은 첫 번째 수를 냈다. “우리가 독점해야 효율적이다”라는 논리였다. 전력망은 중복투자가 비효율적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며, 통합 운영이 안정적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사적 이익의 핵심도 숨어 있었다. 전력망을 장악하면 전기 자체만 파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성장 속도, 산업의 입지, 가정의 생활 방식, 지방정부의 계획까지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는 이에 대해 “독점은 인정하되 공익 의무를 부과한다”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것이 미국식 전력 규제의 핵심이었다. 국가는 민간기업의 소유권을 즉각 빼앗지 않았다. 대신 독점권을 공적 허가의 결과로 재정의했다. 전력회사가 이윤을 얻는 것은 허용하지만, 그 이윤은 사회가 인정한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 수싸움의 본질은 소유권이 아니었다. 더 깊은 쟁점은 계량기와 요금표를 누가 통제하는가였다. 발전소를 누가 소유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시민과 기업이 전기를 어떤 *격에, 어떤 조건으로,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전력회사는 계량기를 통해 사회 전체의 활동 반경을 조절할 수 있었다. 국가는 바로 그 계량기를 공공의 통제 아래 두려 했다.


이 시점에서 전기는 아직 완전히 국가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단순한 상품도 아니었다. 전기는 “민간이 만든 공공 필수재”라는 모순적인 위치에 놓였다. 이 모순이 이후 더 큰 충돌을 낳았다. 민간기업은 전력망을 더 복잡하게 소유하고, 지주회사 구조로 확장하고, 정치적 여론전을 벌였다. 국가는 조사, 규제, 공공 대체재, 국유화라는 방식으로 응수했다.

전기의 역사는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준다. 핵심 자원이 처음부터 공공재로 출발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핵심 자원은 민간의 실험과 투자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자원이 사회 전체의 작동 조건이 되는 순간, 국가는 그것을 다시 공공 언어로 번역한다. “누가 만들었는가”보다 “누구 없이는 사회가 멈추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는 것이다.

AI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현재의 AI 모델은 민간기업이 만들었다. 그러나 만약 AI가 교육, 행정, 의료, 연구, 법률, 코딩, 경영, 국방의 기본 지능망이 된다면 국가는 같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것은 아직도 단순한 민간 서비스인가, 아니면 사회의 사고 전력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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