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전기 수싸움의 일반 법칙

모든 필수 인프라는 일곱 단계를 거친다

by 지적 지니



전기의 사례를 일반화하면, 핵심 자원이 공공 인프라가 되는 과정에는 반복되는 단계가 있다. 이 단계는 전기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철도, 전화, 석유, 수도, 인터넷, 클라우드, 그리고 이제 AI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핵심은 어떤 자원이 사회의 하부구조가 될 때, 그 자원을 둘러싼 소유권, 접속권, 가격결정권, 표준결정권이 재편된다는 점이다.

첫 번째 단계는 민간 실험 단계다. 새로운 기술은 대개 민간 실험, 발명가, 초기 기업가, 소수의 고가 고객을 통해 시작된다. 전기도 그랬다. 초기 전기는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재가 아니라, 부유한 도시와 공장, 상업시설을 위한 고급 서비스였다. 이 단*에서 국가는 대체로 방관하거나 지원한다. 아직 그 기술이 사회 전체의 생존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는 지역 독점과 병목 형성 단계다. 기술이 확산되면 인프라의 물리적 병목이 드러난다. 전기의 경우 발전소, 전선, 배전망, *량기가 병목이었다. 전화의 경우 교환망과 가입자망이 병목이었다. AI에서는 GPU, 데이터센터, 전력, 모델 가중치, API, 사용자 데이터, 도구 호출 표준이 병목이 된다. 이 단계에서 기업은 “우리가 투자했으니 우리가 통제한다”고 말한다.

세 번째 단계는 가격과 접근권 논쟁 단계다. 기술이 대중화되면 사용자는 가격을 문제 삼기 시작한다. 초기에는 “쓸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만, 곧 “누가 얼마나 싸게, 안정적으로, 차별 없이 쓸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전력에서는 요금과 농촌 보급이 쟁점이 되었다. AI에서는 토큰 가격, rate limit, API 접근권, 모델 중단, 데이터 사용 조건, 기업용 요금제가 쟁점이 된다.


네 번째 단계는 공익설비화 단계다. 국가는 이때 해당 산업을 보통 시장과 다르게 취급한다. 민간 소유는 인정하지만, 공익 의무를 씌운다. 전력회사는 지역 독점을 인정받는 대신 요금규제, 공급 의무, 투자*획 심사를 받았다. AI 기업도 이 단계에 들어서면 단순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라, 교육·행정·산업·국방에 영향을 미치는 공익적 지능 공급자로 분류될 수 있다.

다섯 번째 단계는 공공 대체재 단계다. 민간기업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거나, 특정 지역과 *층을 방치하거나, 핵심 접근권을 제한하면 국가는 직접 대체재를 만든다. 전력에서는 TVA, 농촌전력화, 협동조합, 국영 전력회사가 이 역할을 했다. AI에서는 공공 LLM, 국가 GPU 클라우드, 공공 데이터센터, 학교·병원·지방정부용 AI API, 중소기업 AI 바우처, 국방·재난용 로컬 모델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섯 번째 단계는 구조규제 또는 국유화 단계다. 기업의 병목 장악이 너무 강해지고, 요금규제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면 국가는 구조에 개입한다. 미국은 전력 지주회사 구조를 규제했고, AT&T는 장기 반독점 소송 끝에 분할되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력산업을 직접 국유화했다. AI에서도 칩, 클라우드, 모델, 앱, 운영체제, 업무도구가 한 기업 또는 소수 기업에 과도하게 결합되면 구조분리 요구가 등장할 수 있다.

일곱 번째 단계는 백업 인프라의 상시화 단계다. 중앙 인프라가 정교해질수록 역설적으로 로컬 백업의 필요성이 커진다. 중앙 전력망이 있어도 병원, 군사시설, 데이터센터, 공장은 비상발전기와 UPS를 둔다. 중앙 통신망이 있어도 군과 재난기관은 독립 통신망을 유지한다. AI에서도 클라우드 모델이 더 강력해질수록, 로컬 AI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능의 비상전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 일곱 단계의 본질은 하나다. 핵심 자원이 사회적 필수재가 되면, 기업은 그 자원을 통해 마진을 극대화하려 하고, 국가는 그 자원을 통해 사회 안정성을 확보하려 한다. 두 목표는 완전히 모순되지 않는다. 기업의 투자와 혁신은 필요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업의 가격결정권과 접근통제권은 사회 전체의 문제 해결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 그때 국가는 개입한다.

이 일반 법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계량기”다. 전기에서 계량기는 전력 사용량을 측정하는 장치였지만, 정치경제적으로는 사회의 활동량을 과금하는 장치였다. 계량기를 누가 소유하고, 요금표를 누가 정하고, 공급을 누가 끊을 수 있는지가 권력이었다. AI의 계량기는 토큰이다. 토큰 가격, 컨텍스트 길이, 요청 제한, 도구 호출 비용, 메모리 저장 비용, fine-tuning 비용, API 접근권이 모두 AI 시대의 계량기다.

따라서 AI의 정치경제학은 단순히 “어느 모델이 더 똑똑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누가 지능의 계량기를 갖는가.
누가 지능 사용량의 가격을 정하는가.
누가 사용자의 문제 해결 반경을 제한하는가.
누가 공공기관과 시민에게 최소 지능 접근권을 보장하는가.
누가 비상시에 돌아가는 로컬 지능망을 보유하는가.

전기의 역사를 일반화하면 AI의 현재 위치가 보인다. AI는 이미 1단계를 지났다. 민간 실험의 단계를 넘어 산업 전반에 침투했다. 2단계인 병목 형성도 진행 중이다. GPU,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전력, API 표준이 핵심 병목으로 떠올랐다. 3단계인 가격과 접근권 논쟁도 시작되었다. 토큰 비용, 구독료, 모델 접근 제한, 공공부문 활용, 저작권과 데이터 문제가 모두 정치적 쟁점이 되었다.

4단계인 공익설비화도 초입에 들어섰다. EU AI Act는 general-purpose AI 모델 제공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2025년 8월 2일부터 GPAI 모델 제공자 의무가 적용되며, 2026년 8월 2일부터 집행 권한이 적용된다. 이는 AI를 단순 앱이 아니라 일반목적 기반 기술로 규율하려는 시도다. ([디지털 전략])

미국은 전면 규제보다 위험관리 프레임워크와 인프라 확장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NIST AI Risk Management Framework는 AI 시스템의 위험을 관리하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 주도 프레임워크이며, 미국의 AI Action Plan은 혁신 가속, AI 인프라 구축, 국제 외교·안보 리더십을 주요 축으로 제시한다.

즉 AI는 현재 2단계와 3단계를 지나 4단계 초입에 들어선 상태다. 아직 전력처럼 완전한 공익설비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가 이미 “이것은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라고 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작가의 이전글2편. 전력회사는 어떻게 국가를 피해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