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 조명에 맞춰진 내 눈
어느 날부터 친구들이 제 핸드폰을 보면 화면이 너무 밝다고들 합니다.
그렇게 소스라치게 반응할 정도인가 싶습니다.
그 친구들만의 유난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정말 눈이 부시게 밝은 화면을 보고 사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직업병이 생겼나 봅니다.
2021년부터 TV 방송을 진행해서 햇수로 5년 차,
늘 강한 조명 아래에서 매일같이 지내다 보니
제 눈이 그 조도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방송국 조명의 밝기가 어느 정도냐,
휴대폰 플래시 정도라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그 밝은 빛을 보면서 어떻게 일을 하냐고요?
그 빛을 직접 바라보진 않습니다.
말씀드린 휴대폰 조명을 얼굴에 한번 쏴보시죠.
얼굴 정면이 아니라 살짝 사선에서 내리쬐듯 쏘고
시선은 광원이 아니라 정면을 바라보는 겁니다.
그러면 충분히 눈부시고 밝은 기운이 느껴지지만
눈을 못 뜰 정도는 아닐 겁니다.
저희 아나운서들이 일하는 환경이 그런 느낌이라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 환경은 더 밝고, 강하고, 많은 조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합니다.
그래도 방금 그 휴대폰 플래시보다는 높게 멀리 있으니 그럭저럭 견딜 만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어쨌든 그렇게 밝은 조명 아래에서 매일같이 지내다보니
눈이 퇴화한 것인지, 이제는 휴대폰이든 TV든 패드든
다른 사람보다는 꽤 밝게 쓰는 편이 됐습니다.
참 역설적인 것 같습니다.
다른 누구보다 밝은 환경에서 일을 하면서
늘 어두운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이곳저곳 24시간 조명으로 밝게 빛나지만
보고 듣고 이해하고 다시 시청자분들께 전달하는 내용들은 어둡기 그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따금씩 밝은 소식들이 존재한다는 게 작은 위안이 됩니다.
전자기기 속에도 도파민 넘치는 중독성 강한 내용들이 가득하지만
그 안에도 가끔은 이른바 힐링이 되는, 건전한 행복들이 존재하니까
샅샅이 찾아보려고, 휴대폰 밝기를 높이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