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류 게임과 힐링 게임을 번갈아 하며
저는 게임을 참 좋아합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 중독이었습니다.
한때는 질병으로 취급됐던 게임인데, 세상이 좋아진 덕에
이제는 제법 떳떳하게 취미로 얘기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초등학생 때 플래시 게임은 물론이고 각종 CD게임을 다 섭렵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에는 시리얼을 사면 게임 CD를 같이 줬던 기억이 납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레이맨', '툼 레이더' 그리고 이름 모를 게임들의 장면이 아직도 눈에 훤합니다.
장르도 가리지 않는 편이고 공략집 같은 게 흔하지 않던 시절에도 혼자 곧잘 해낸 덕분에
게임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어떤 게임을 좋아하느냐 하면, 이른바 '피지컬'이 필요한 게임을 좋아합니다.
물론 퍼즐류의 '두뇌게임'도 좋아하는데 퍼즐적 요소만 있으면 안 됩니다.
추리와 해석을 해낸 뒤에 어느 정도 컨트롤로 단계를 깨나가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좋아합니다.
용 같은 괴수들을 사냥하는 게임인데, 적에게 맞으면 한방한방이 치명적이라 잘 보고 잘 피해야 합니다.
보통 한 마리 잡는데 30분 정도가 걸리니,
'토벌'을 완료하고 나면 게임 속 보상보다도 정신적 쾌감이 절 반겨줍니다.
이 시리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제가 즐겼던 버전을 잠시 나열해보겠습니다.
'몬스터 헌터 포터블 2G', '몬스터 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몬스터 헌터: 월드', '몬스터 헌터 라이즈'.
적어두고 보니 4개뿐이라 찐팬들에 비하면 열정이 부족해보이지만,
그래도 주변에서는 보기 힘든 '몬헌 유저'입니다.
그런데 재작년 즈음부터는 이런 고난도 컨트롤을 요하는 게임에 손이 잘 가지 않더군요.
'동물의 숲'이나 '스타듀밸리'같은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는 게임을 찾게 됐습니다.
'마인크래프트'로 회귀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자연을 배경으로
농사짓고 낚시나 하고 건물이나 만들고 놀았습니다.
취향이 바뀌었구나 싶었습니다.
어쩌다 과거의 열정이 그리워 피지컬류 게임을 사고 나면 여지없이 게임기를 손에서 금방 놓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친한 형네 집에서 소울류 게임을 접했습니다.
피지컬류 게임을 좋아한다 했으나 인내심은 좀 부족한 편이라 극한의 소울류 게임은 즐기지 않았던 저입니다.
그런데 웬걸, 간만에 손에서 땀이 나는 그 기분이 며칠이 지난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타이밍에 맞춰 구르거나 방어를 하고 적의 빈틈을 찾아 찌르고 베고, 반복한 뒤 마침내 물리쳤을 때의 쾌감.
그 쾌감이 잠들어있다 깨어났습니다.
아 저는 취향이 바뀐 게 아니었습니다.
지쳐있던 것이었습니다.
아나운서 경력을 쌓기 위해 수년 간 지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새롭게 적응하기 일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조금씩조금씩 제 타고난 취향마저 잃어버릴 정도로 지쳐갔던 것입니다.
마침내 서울로 온 뒤에도 많은 일이 겹치며 피곤했던 시기였는데
그날 하루, 친한 사람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한 자리에서 다시 온몸의 감각이 살아났던 것이었죠.
30대에 접어들어 인내심이 보다 강해진 덕도 있을 것이고요.
간만에 컨트롤의 재미를 느낀 다음 날, 전투 방식이 턴제로 진행되는 게임을 했습니다.
머리를 복잡하게 쓸 필요도 없고 빠르게 몸이 반응할 필요도 없는 편안한 게임이었습니다.
편안했지만, 게임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 느낌은 되레 없었습니다.
일상에서 적절히 쉬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제 취향마저 잃어버릴 정도로 숨가쁘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일 할 땐 일 하고, 일이 없을 땐 또 푹 쉬어주면서
게임하는 시간엔 다시 열정적으로 게임에 임해보려 합니다.
플스5, 꼭 사겠다 다짐합니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잘 맞춰서, 돈 아깝지 않게 잘 즐겨보겠다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