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팅뭉팅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꿈꾸며 타지 생활을 하게 되는 사람이 많습니다.
수도권 정규직 아나운서라는 궁극적인 꿈을 위해서는 경력을 좀 쌓아줘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채용이 잦은 지역 방송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지역살이와 아나운서들의 경력을 쌓는 여정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런 타지 생활을 하며 경험한 음식을 하나 소개하려 합니다.
저의 첫 지역 생활은 대구에서 시작됐습니다.
근무지는 KBS 대구방송총국으로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곳이었습니다.
범어동이 어딘지 수성구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기 전에,
사실은 대구에 대해서도 깊게 알고 있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대구 하면 떠오르는 것이 곱창, 막창이었는데,
대구의 진짜 별미는 바로 '뭉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이 뭉티기의 맛을 그리워하며 홍보를 간단히 하려 합니다.
뭉티기는 생고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육회랑은 맛이 많이 다릅니다.
생긴 모양부터 두툼한 것이 식감이 더 쫄깃탱탱한데
소의 우둔살(엉덩이 안쪽 부위)을 사용했기 때문에 그런 식감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아주 두텁게 썬 광어회를 한 점 씹는 느낌인데
파고든 치아로 느껴진 살결은 또 소고기의 식감이 살아있어 회와도 비교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 뭉티기는 보통 전용 양념장에 찍어먹는데 이 맛이 뭉티기의 맛을 한층 더 살려줍니다.
제조법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진마늘과 조각이 큰 고춧가루가 씹히는 양념입니다.
대구가 고향인 지인들에게 어느 집 뭉티기가 맛있냐 물어봤을 때,
뭉티기 맛은 다 똑같고 양념장 맛만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했을 정도니
어쩌면 살점보다 양념이 이 음식의 본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뭉티기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먹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뭉티기는 당일에 도축한 신선한 소고기를 먹는 음식인데
도축장들이 평일에만 영업을 하고 주말 및 공휴일이에는 쉬기 때문입니다.
물론 휴일 전날 잡은 소를 하루 숙성시켜 다음 날 안주로 내주는 집들도 있지만 왠지 끌리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대구에 사는 동안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주말이라 뭉티기 맛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운 날이 꽤 많았습니다.
혹시 이 글을 보는 분께서 뭉티기 맛을 꼭 보고 싶으시다면 여행 일정에 평일을 꼭 넣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저에게 뭉티기는 단순한 별미가 아닙니다.
대구에서 지내는 외로운 1년 동안 친구들을 초대할 명분이 되기도 했고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제가 자랑할 수 있는 맛부심이 되기도 합니다.
또, 대구가 고향인 사람과는 공감대를 나눌 수 있게 하고
대구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합니다.
이곳이 대구가 아니면 뭉티기를 감히 먹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뭉티기를 입에 대지 못한 지 시간이 꽤 오래 흘렀습니다.
그 양념 맛이 대구에서 지내는 1년 동안 제 마음 깊숙이 배어든 것 같습니다.
대구에 갈 일이 있다면 뭉티기를 꼭 드셔보시면 좋겠습니다.
아무데나 가도 다 맛있으니까 너무 고민 오래하지 말고 줄 오래 서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