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나서기 전과 후
방송을 하다 보면 한번씩 찾아오는 순간들이 있다.
새벽 근무를 하게 되는 날이다.
생체 리듬을 비정상적으로 바꿔야 하다 보니 대부분이 기피하는 시간대이다.
그렇다 보니, 대게 신입 사원은 새벽 근무로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장기간을 한 사람이 도맡을 수는 없기 때문에 연차가 많이 쌓인 선배들도 새벽 근무를 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종의 순환이 있는 셈이다.
때로는 현 근무자의 휴가 등으로 대타 근무로써 새벽 근무를 하게 되기도 한다.
지금 내가 그렇다.
기존 새벽 근무자의 퇴사로 결원이 보충될 때까지 새벽 근무를 맡게 됐다.
12월 9일부터 오는 1월 20일까지 6주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기상 알람을 듣고 출근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딱 15분, 그 안에 양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피부정돈을 간단하게 하고 요가매트에서 척추기립근 운동을 짧게 한다.
차키, 출입증, 텀블러를 챙기고 현관문을 나선다.
차에 시동을 걸고 5분간 예열, 겨울철에는 차도 사람도 새벽이 더 힘들게 느껴진다.
눈을 떴을 때가 가장 힘들다.
1분이라도 늦으면 안되는 직업이라 알람 소리에 가슴이 철렁인다.
늦지 않았으면서도 혹시나 늦잠은 아니겠지 하며 시간을 확인한다.
모든 직장인이 다 아침에 힘들겠지만, 안하던 새벽 근무를 하려니 이불을 걷어내는 것도 벅차다.
잠시 핸드폰을 보거나 늑장부리면 어느새 나갈 시간이 다 되어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차에서 예열을 하는 잠시 동안 별별 절망적인 생각이 다 든다.
'언제까지 이런 삶을 살아야 하나, 이게 맞는 걸까,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지금 돈 벌겠다고 이렇게 사는 삶이 훗날 내 수명을 단축시키는 건 아닐까.'
'이번 주까지밖에 못한다고 할까' 또 고민하고 스스로를 불행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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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벽 근무는 나를 겸허하게 만든다.
차도에 나서는 순간, 세상이 180도 다르게 보인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벌써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구나.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도 걸음이 느린 분도 다 저마다의 중무장을 하고 길을 가고 있다.
출근을 하는 사람만 있는가.
이미 그 거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참 많다.
혼자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착각했던 순간을 반성하게 된다.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할 때는 부끄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지하철도 버스도 꽤 붐빈다.
버스정류장이나 개찰구에 도착할 때부터 사람이 많이 보인다.
그리고 그 새벽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분이 참 많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나면 새벽이 또 그렇게 춥지는 않게 느껴진다.
어떻게든 일어나서 현관문을 나서기만 하면, 오늘도 잘 해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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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 뜨기 전 일어나 하루를 무사히 마치면
새벽 근무의 장점에 매료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우선 퇴근이 빠르다.
어떤 때에는 남들이 출근할 때 퇴근을 한다.
상대적인 묘한 쾌감을 느낀다.
대낮부터 샤워를 마치고 이불 속에 들어가 쉬는 것도 즐겁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괜히 여기저기 연락을 돌린다.
일찍이 퇴근한 사람은 없는지, 낮 시간에 만날 만한 사람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하루에도 여러 번 뒤바뀌는 감정을 느끼다 보면
또 다시 밤이 찾아온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금세 잠들 시간이 찾아온다.
일찍 자는 것보다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다.
그래서 늘 다짐한 시간보다 1시간은 늦게 잠들지만
내일도 나를 겸허하게 하고 나름 만족하게 하는 순간들이 반겨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