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전에 꼭 3초만 생각하세요.
며칠 전 학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아이가 숙제를 하지 않고 왔습니다.
순간 “왜 안 했니?”라는 말이 입술 끝까지 올라왔지만, 아이가 문 앞에서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고 잠시 말을 삼켰습니다.
대신 조용히 물었습니다. “무슨 일 있었니?”
아이는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어젯밤 동생이 열이 나서 일하시는 엄마 대신 간호하느라 못 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만약 내가 처음에 따지듯 말했다면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미안하고 후회했을지 모릅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지적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선생으로서, 부모로서, 친구로서. 하지만 그 ‘지적’이라는 행위가 오히려 관계를 틀어버리거나,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싶었던 의도가 오히려 오해와 벽을 만들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요즘 저는 지적이 필요한 순간일수록, 말의 온도를 더 따뜻하게 가져가려 합니다.
지적은 결국 ‘관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잘 전달되면 성장을 돕고, 그렇지 않으면 단절을 만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따뜻하면서도 효과적인 지적을 할 수 있을까요?
첫째, ‘나 전달법’을 사용합니다.
“너 왜 그렇게 했어?”보다는 “나는 그 상황이 좀 당황스러웠어”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방어적으로 굳지 않고 내 감정을 받아들일 여지가 생깁니다.
둘째, 행동에 집중하고 성격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넌 왜 그렇게 게을러?”가 아니라 “이번 마감이 조금 늦어져서 일정에 영향이 있었어”처럼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질문으로 접근해봅니다.
“왜 이렇게 했어?” 대신 “혹시 다른 생각이 있었던 걸까?”라고 묻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존중받는다고 느낍니다.
넷째, 공감의 말 한마디를 더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 상황이 쉽지 않았겠네” 같은 짧은 말이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다섯째, 대안을 함께 제시합니다.
지적은 비판이 아니라 방향 제시입니다. “다음엔 이런 방법을 써보면 어때?”라는 말은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한자어 ‘비판(批判)’의 ‘비(批)’는 손에 사물을 올려놓고 여러 각도에서 살펴본다는 뜻이 있다고 합니다.
지적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의 잘못을 손가락질하기 전에, 나 자신부터 돌아보는 태도가 먼저입니다.
검지를 들어 누군가를 지적할 때, 나머지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합니다.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 때만 우리는 비로소 지적이라는 도구를 조심스럽게 꺼낼 수 있습니다.
지적은 날카롭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날카로운 말보다 따뜻한 마음이 더 멀리 갑니다.
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아닌 거울이 되기를. 내 말이 상대를 찌르기보다 일으키는 손길이 되기를 바랍니다.
“비판은 거울과 같다. 누군가를 비추되, 그를 찢지는 말아야 한다.”
— 조지 허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