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빵 할아버지들

노란 간판 커피 알바 이야기

by 나무로그

유명한 저가 커피 브랜드에서 1년 정도 일한 적이 있다.

당시에 카페 알바로 경력이 없으면 면접도 보지 않으셨다.

사장님은 경력이 없는 나를 뽑아준 첫 번째 카페 사장님이셨다.


의욕이 넘쳤던 그 시절의 나는 사장님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열심히 일했다.

문제는 우당탕탕 일해서 카페의 온갖 기물을 부수었다는 것이다.


바쁜 식당에서 일해보고, 편의점 3년의 경력도 있던 나는 서비스직에 자신이 있던 편이었다.

그런 나에게도 카페는 또 다른 신세계였다.

빠르기만 하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 친절하면서 정확하게 음료도 만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면접날 사장님이 말씀해 주신 말이 맞았다.

주말 마감으로 일하게 된 나에게 할 일의 70퍼센트는 설거지와 마감을 할 것이라는 말.


손이 느렸던 나는 빠르게 하고자 열심히 움직였지만, 그 결과 오븐에 손이 데어 흉터가 생기고, 냉장고를 닦다가 엄지 손가락 살이 베이고, 휘핑기를 낱낱이 분해하여 고장내고, 호퍼 손잡이를 떨어뜨려 부수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사고만 치니 사장님께 너무 죄송했고, 월급에서 제해달라고 말씀드려도 사장님께서는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또 기물을 파손시킨 내가 기물파손죄로 어디론가 끌려갈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사장님께 울면서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은 처음엔 다 그런 때가 있다고 하면서, 여태껏 본 알바들 중에 나 같은 기물파손 유형의 알바는 처음 보지만 그래도 성실히 착하게 잘하는 내가 고맙다고 말해주셨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아 나란 인간은 채찍보다 당근을 해주면 미안해서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구나.

전화를 끊고도 걱정이 되셨는지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셨던 사장님의 마음을 읽었던 그날 밤,

난 내 모든 열정을 이 카페에 바치기로 다짐했다.


시간이 약이라고, 점차 나아졌고, 난 점차 차분해지며 뭔가를 망가뜨리는 일도 줄어들었다.

300여 가지의 메뉴 레시피를 외우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다 외우고 음료를 만드는 것도 익숙해지자 매일 긴장했던 마음도 수그러들었다.


익숙해지니, 못 보던 것들이 보였고, 내가 일에 적응하는 동안 묵묵히 도와준 다른 알바 선배님의 노고가 눈에 들어왔다.


미안한 마음에 무거운 건 먼저 들려고 했고, 힘들고 손이 가는 일도 먼저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다행히 3개월이 지나자 정말 적응이 되었다.


제목의 감자빵 할아버지들을 이야기하려고 하다, 추억에 잠겨 이야기가 처음부터 딴 길로 새 버렸다.


카페에는 선결제를 하면 10프로를 적립해 주는 제도가 있었다. 본사에 본래 있는 규칙이 아니라, 사장님께서 손익을 감수하시며 만든 제도다.


그 결과, 사장님께서는 많은 단골 고객들을 보유하고 계셨다. 단골 리스트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은 아침 7시에 오시는 감자빵 할아버지들이었다.


이름부터 신기하지 않은가.

오픈을 하는 일이 없어서, 한 번도 뵙지 못하였는데, 대타가 생기던 어느 날, 할아버지들을 볼 수 있었다.


따끈따끈한 감자빵과 커피를 마시며 이른 아침에도 오손도손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할아버지 네 분.

언제부터 이 모임이 시작된 지 모르겠으나, 거진 매일 오셔서 이곳에서 아침을 시작하신다고 하셨다.


사장님도 아침에 찾아주시는 단골손님들 덕분에 예정 오픈 시간보다 더 일찍 가게문을 여셨고, 덕분에 나는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나도 호호할머니가 됐을 때, 아침부터 만나 따뜻한 식사를 하며 정답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그런 우정을 만들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항상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감사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