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천의 존재

흔들림

by 설 야

오늘도 몸이 좋지 않았다.

그래, 어쩌면 이게 내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역천이라는 것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라면 어쩌면 내 존재 자체가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원래 지금까지 살아 있어서는 안 되는 그런 존재가 아닐까?


30년만 일찍 태어났더라면 난 아마 지금까지 살지 못했었겠지....

이렇게 삶에 부딪히며 아파할 겨를 없이 사라지는 존재였겠지.


애매하게 아프다는 건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잔인한 일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힘듦과 지침에는 공감하지 못하니까.

나의 아픔과 힘듦과 지친다는 것들은, 나의 아픔은 그들에게는 핑계에 불과하리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아, 그래서 난 내 아픔을 숨기게 되었구나 하고 생각해 본다.


의학으로 연명해 놓은 이 삶에서 계속 '벌레'처럼 있어야 한다면 그 존재는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존재로서 날 긍정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단지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면, 그건 어떻게 가능한 걸까?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가페, 존재 모드, 아모르 파티... 뭐라도 좋다.


지금의 세상은 날 가치로 판단할 테니까.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난 부적격 판정을 받을 테니까.

유전적으로도, 그리고 가치적으로도 열등한 존재일 테니까.

혼자서 자립하지 못하는 부담만 늘리는 민폐덩어리, 벌레일 테니까.


그래, 난 역천의 존재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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