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싫어하는 행동은 멈춰야 한다.
견문발검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부부 싸움은 늘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
특히 육아로 스트레스가 한계치에 다다른 엄마, 아빠에게는 작은 불씨 하나가 순식간에 폭탄이 된다.
연말의 잦은 모임, 아이의 잠투정과 감기까지 겹치며 우리 부부는 이미 심신이 지쳐 있었다. 그렇게 맞은 일요일 아침. 오늘은 오래전부터 아내가 베프들과 점심 약속을 잡아둔 날이었다. 나는 아내의 자유시간을 기쁘게 받아들였고, 아내 역시 전날 하루 종일 육아를 전담하며 나를 배려해 줬다.
그날 아침까지만 해도, 우리는 나쁘지 않았다.
사건은 정말 한순간 터졌다.
아이가 씻기 싫다며 욕실 앞을 요리조리 도망 다니면서부터였다.
나는 주말이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밥투정도 심한 아이를 최대한 기분 좋게 먹이고, 그다음 씻기고 싶었다. 반면 아내는 미안한 마음이었는지, 약속 나가기 전이라도 아이를 씻기려 했다.
그때, 내가 말했다.
“밥 먹고 씻기지?”
아내는 바로 받아쳤다.
“도와주는데 태클 걸지 말래?”
그 한마디 이후, 우리는 아이 앞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시작했다.
말은 점점 날카로워졌고, 결국 언성은 높아졌다. 아이는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라도 멈췄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화가 치밀어 올라 집을 나와버렸다.
‘내가 없으면 자기만 손해지.’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한 생각이었다.
30분쯤 지나 겨우 감정을 조금 내려 앉히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는 장모님이 와 계셨고, 아이는 울다 지쳐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기분 좋아야 할 일요일은 참사가 되었다.
아내는 점심 약속 시간에 맞춰 서둘러 나갔고, 장모님도 댁으로 돌아가셨다.
사건 이후 집에 남은 건 어색한 공기와, 쉽게 가시지 않는 감정뿐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으며 놀던 아이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놀라서 급히 오신 장모님은 “애 키우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나를 위로해 주셨지만, 그 말이 오히려 더 면목 없게 느껴졌다.
여전히 아내에 대한 서운함도 남아 있었다.
내가 일을 하고 있었더라면, 나도 모임 하나쯤 잡았을까.
이런 생각들이 처량함과 섞여 마음속에서 맴돌았다.
그래도 분명한 건 하나였다.
가장 상처받은 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였다는 사실.
아내가 나간 뒤, 슬며시 아이 방에 들어가 봤다.
잠든 아이의 얼굴 위로, 아까 집을 나와 놀이터에서 보았던 풍경이 겹쳐 보였다.
아빠 손을 잡고 웃으며 놀던 아이들.
내가 그때, 잠깐만 참았더라면.
지금쯤 우리도 저렇게 웃고 있었을까.
후회는 늘 늦게 온다.
오늘도 이 말을 마음에 다시 새겨본다.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은 멈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도 또 실천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