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대구>

by 정세인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제8회까지 보수당 소속 시장만 배출되었던 (제1회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장은 당시 무소속이었으나 후에 보수당에 입당) 대구가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이에 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나섰다. 지난달 30일 대구시장 출마 선언을 한 그는 지역주의 타파를 넘어 소멸해 가는 대구를 살리겠다는 열띤 의지를 표명하였다. 전과 다른 판세에 국민의 힘은 경각심을 가지고 대구 시민의 마음을 잡을 후보를 추리고 있으며, 국민의 힘에서 컷오프된 인사들은 대구를 잡기 위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할 의사를 비치고 있다. 오랫동안 대구를 쳐다보지 않았던 정당들이 드디어 바라보고 있다.

대구광역시는, 내가 태어난 곳이자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내가 살아온 곳이다. 청년기는 대구에서 보낼 수 없었다. 서울에 살고 있어도 여전히 빠르게 낙후되어 가는 대구 정세를 알 수 있었다. 턱끝까지 온 경기 악화로 인한 질식사를 면하기 위해 마련한 대책, 대구⋅경북 행정 통합 소식이 말해준다. 번화가였던 동성로의 빈 상가들이 말해준다. ‘광역시’에서 멀어지고 있다. “우리의 아들딸들이 대구를 떠나고 있습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됩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출마 선언 연설 중 일부이다. 대구를 떠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하는 청년이자 대구를 살리고 싶은 시민으로서, 대구가 주목받고 있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난 ‘대구’를 말해야 할 때이다.


대구 사람이 말하는 대구

나의 고향은 사람 냄새가 나는 도시이자 편한 도시이다. 광역시이면 그 도시 내에 사회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 버스와 지하철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서울만큼 차가 많지 않아 자가용을 이용하기가 편리하다. 의료 측면에서도 문제없다. 작은 동네 병원과 종합병원이 고루고루 있고, 대학병원도 여러 개 있다.

대구의 묘미는 겨울의 ‘흙 섞인 눈사람’이다. 난 새하얀 눈사람을 만들어 본 적이 없었다. 대구에선 눈을 굴리면 하얀 눈사람이 아닌 황토색의 얼룩덜룩한 눈사람이 만들어지는데, 요즘엔 1년에 한 번 만들 수 있을까 말까 한 희귀한 작품이 되었다.

대구의 명소는 이월드의 ‘스카이드롭’ 꼭대기이다. ‘스카이드롭’은 103m 길이의 타워 드롭형 놀이기구인데, 산 정상에 있는 ‘83타워’의 옥상에 설치되어 있어 해발 213m 높이에서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놀이기구인 만큼 롯데월드의 ‘자이로드롭’ 풍경과 차원이 다르다. 추운 겨울날 밤, 놀이기구 수직 하강 직전에 본 그때의 야경과 그 순간의 분위기는 잊지 못한다.

대구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지인이 대구 여행지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면 할 말을 잃는다. 서문시장과 동성로도 추천하지 못하겠다. 영화관 분위기가 급격히 달라진 만큼 그곳 시내의 분위기도 빠른 속도로 달라졌다. 지난 30년 동안, 현상을 유지하지도 못하고 후퇴되어갔다.


신소재 산업 중심, 대구

민주당 소속이든, 보수당 소속이든, 무소속이든, 6.3 지방선거로 당선된 대구시장은 선거가 끝났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기간 동안 표명한 의지를 실천으로 옮겨야 한다. 대구를 어떤 방향으로 발달시킬까. 단순히 신축 아파트 짓는다고, 주민들에게 돈을 지원한다고 해결될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왜 다들 대구를 떠나고 서울로 가는가? 모든 분야의 기회가 서울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정치하고 싶다면 수도인 서울로 가야 한다. 미술하고 싶다면 더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작품을 보여주기 쉬운 서울로 가야 한다. 금융 일을 하고 싶다면 핵심 금융회사가 몰려있는 서울로 가야 한다. 방송 분야의 일을 하고 싶다면 대형 방송사와 엔터테인먼트들의 집결지인 서울로 가야 한다. 어떤 분야의 일을 하고 싶으면 대구로 가는가? 없다. 대구가 특성상 서울보다 우세한 부분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 가치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만의 지형적, 지리적 특징을 살려 강세인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

추경 예산안을 편성할 만큼 이란-미국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물질적 타격이 큰 상황이다. 주사기와 봉투 등 석유 화학 제품인 필수품의 공급에 차질이 생겨 의료를 포함한 전반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다시 세우려면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생활비 지원에서 그칠 순 없다. 나프타에도 발이 걸린 우리는 석유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전쟁의 여파는 오래가고 전쟁은 앞으로도 존재한다. 신소재공학에 힘을 써야 할 때이다.

바이오 공학을 중심으로 한 신소재공학을 대구⋅경북 지역에서 주력으로 발전시키면 어떨까. 대구⋅경북의 특징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기반시설이 탄탄한 상태인 대구는 더 많은 주민을 포용할 능력이 있으며, 도시화가 상대적으로 덜 진행된 경북에는 활용될 자원이 있다. 의료⋅바이오 기술을 연구하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의 산림 자원을 통해 원료를 확보하여 산업을 발달시킬 수 있을 것이다. 포화 상태인 서울에선 대규모 산업 건물을 더 짓기 어려우나 대구⋅경북에선 지을 수 있다. 건물 확장 가능성이 크다. 또, 대구의 대학병원인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동산병원과 연결하여 연구할 수 있으며 대구 달성군에 있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공학 인재들을 섭외할 수 있다.

전쟁 진행 중인 상황과 국제 정세로 인해 타국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대두된 이 시기를 소멸해 가는 대구가 기회로 잡아야 한다. 대구⋅경북이 신소재공학 발달에 앞장선다면 공학 인재들이 몰려와 대구⋅경북의 산업은 더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전망 높은 일자리로, 지어놨지만 입주자가 없는 신축 아파트에 사람이 들어설 것이며, 자연스레 좋아진 지역 경기로 상가 유리창에 붙여진 임대 현수막 수는 줄어들 것이다. 대구의 대학교들은 다시 살아나고,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었다고 대구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 과열된 서울 집중 현상을 완화 시킬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타국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자원의 활용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국제 기업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