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심리학자의 독백
겨울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한다. 문득 어렸을 때 너무나 추웠던 초등학생 시절 가난한 집에서의 생각이 떠오른다. 그 초등학생은 이제 세월이 흐르고 흘러 퇴직도 하였고 인생이모작이라고 하는 제2의 일도 시작하였다. 하지만 시작한 심리상담사가 사회적으로 잘 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 그래도 나는 잘하고 있다고 나 자신을 북돋으면서 삶을 살아가고 있다가 원하지 않는 손님이 문을 두드렸다. 손님은 우울감이었다.
지난날 무더웠던 날도 잠시 단풍이 지고 겨울이 도래하였다. 싸늘한 추위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드는 나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그러면서 문득문득 우울감이 휩싸기 시작한다. 남들의 우울증을 치료할 때는 몰랐는데, 그때는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이 한없이 연약해 보이고 연민의 감정을 많이 느꼈다. 그러다가 나에게도 반갑지 않은 우울감이 들이 닥쳤다. 다른 사람들이 다 나보다는 더 희망차게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나도 모르게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 인생은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도 간간히 들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사소한 장면을 보고도 눈물이 났고 감동했다.
나의 성격은 원래 ENFP(스파크형)으로 일을 벌이기를 좋아하고, 또한 평생 좋아하는 적성과 일을 찾아다녔다. 그래야만 나는 마음의 안정감을 찾았다. 그동안 공부했던 여러 가지 분야 중에서 결국 가족심리발달센터를 차려서 일을 하고 있지만, 갑자기 내가 잘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늦기 전에 다른 일을 해 봐야 하는 조급함도 들기 시작했다. 우울감을 이겨내기 위하여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나의 마음을 휩쓸었다.
지금 현재의 일을 하면서 관련된 일을 다른 일을 또 벌리고 싶어졌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재가복지센터이다. 갑자기 돌아다니며 부동산을 방문하여 싸게 나온 점포가 있는지 문의했다. 마침 부동산중개인은 아주 싸고 좋은 곳이 나왔다고 추천해 주었다. 둘러본 나는 만족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당장 월세도 저렴해서 당장 계약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지금 선택이 나를 괴롭혀서 안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누구보다도 추진력을 갖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더 이상 젊은이들처럼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일은 벌이는 것보다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어렵다는 사실을 지난날의 큰 교훈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계약하고 싶은 마음을 접고 집에 돌아와 와이프에게는 의논하지 못하고, 항상 나에게 조언을 해주는 딸과 추가 창업에 대하여 의논했다. 딸은 급하게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두 가지로 잘 정리하여 설명해 주었다. 무조건 반대만 하면 더 오기가 날 텐데, 딸은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나에게 설명하였고, 스스로 계약을 연기할 있도록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 주었다.
너무나 아쉽고, 당장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새로운 일이라는 돌파구를 찾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인생을 이제는 정리해야 할 나이면서도,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희망과 해결책을 주면서, 인생에는 아들러의 8단계 과제가 있다고 열심히 떠 들었던 나이지만 나에게 스스로 적용하고 자기 성찰을 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의 나와는 다르게, 이제 나는 재고의 삶을 좋아한다. 재고의 삶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생각을 한번 하는 것을 일고, 두 번 하는 것을 재고, 세 번 하는 것을 삼고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원래 나는 결심만 들면 무조건 실천하는 일고의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그런지 나름대로 많은 성과와 자기만족을 누렸고 그런 와중에서 성과와 많은 것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결국에는 겨울이 오듯이, 인생에도 겨울을 맞이하였다.
살아가면서 삼고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이제는 반드시 일고가 아닌 재고의 삷을 사려고 생각한다. 재고를 통하여 나의 말과 행동이 조금 더 남들에게도 언행일치가 되는 신뢰성 있는 삷이라고 비치고 싶다. 나의 선택이 잘 되던, 못 되었든지 간에 이제는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면서 살아가는 것이 더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핟다. 오늘도 찬바람이 세게 부는 것 같다. 우울감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