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고독의 반걸음

마음의 산책: 시

by 하태수 시 수필

하얀 고독의 반걸음



답답한 가슴 하나 끄집어내어

신작로에 나와 보니

버드나무는 노랑 물감으로

머릿결을 곱게 빗어 내린다.


물끄러미 쳐다보며 지나는 길손

님은 사십 대 걸음이요

님은 육십 대 걸음이요

님은 팔십 대 걸음이요.


기억을 파먹는 혼백

등짐 진 나그네에게

보일 때 보이는 걸음

걸어가나 되물어온다.


심장의 신호등 불빛조차 멈추면

몇 걸음 더 갈까


마음속에 썩은 업보(業報)

동아줄로 묶어놓고

한걸음만 더 갈려니

발밑에서 붙잡는다.


님은 더 쇠잔해지기 전

지금 펼쳐진 삶터에

시린 다리 사이로

반걸음 쉴 자리 찾으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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