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한 번 클릭이면

마음의 산책: 수필

by 하태수 시 수필


마우스 한 번 클릭이면



요즘 우리는 마우스 한 번 클릭으로 시작되고, 마우스 한 번 클릭

으로 사라 지는 세상에 살고 있다.과거보다 현재가, 현재보다 미래

가 더 중요하다고 배워온 시대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길고

깊은 시간보다 찰나의 순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하루를 건너

간다.


눈을 비비고 마주쳐도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사 한마디

가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부부 사이에서도,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도, 형제와 이웃 사이에서도 ‘내가 있음’으로 ‘너도 있다’는 최소한

의 확인만 남아 있다. 관계는 유지되지만 온기는 얇아졌다.


그래서일까. 물질문명이 눈부시게 발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과거의 소박하고 불편했던 시간을 그리워한다. 손으로 적고,

얼굴을 마주하고, 기다리던 시절 말이다. 그리움은 마음속 괴리감

이 되어 설명하기 어려운 강박으로 남고, 누구의 잘못을 따질 새도

없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을 부른다.


허망하고, 우울하고, 슬프다.환경은 오염되고 기술은 진보했지만,

정작 사람의 마음 하나는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아무리 과학

이 발달해도 마음은 여전히 다루기 어려운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것이 곧 정신이다.


이제 남녀의 구분도, 나이의 경계도 흐려진 세상에서 우리는 인터

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보이지 않는 사진

한 장, 흘러나오는 음악 한 곡, 짧은 글 몇 줄을 통해 서로를 짐작

하고, 느끼고, 말 걸고 싶어진다.


그러다 문득 밥 한 끼 함께 나누고 싶어지고, 노래 한 곡 같이 부르

고 싶어 지고, 차 한 잔으로 마음을 건네고 싶어진다.남편이 있어도,

아내가 있어도 우리는 오직 ‘정신줄’ 하나에 의지한 채 인터넷이라

는 이름의 인연 곁에 잠시 서성인다.


영원히 함께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찰나만큼은 진심으로 붙잡

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마우스 한 번 클릭이면 끝나버릴 인연이기

에, 오히려 더 간절해지는지도 모른다.수천, 수만 명이 모인 공간

속에서도 결국 우리가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 이유는 단 하나, 감정

의 이입 때문이다.


조건 없는 만남, 얼굴 없는 대면이지만 마음만은 의외로 진심이다.

이 보이지 않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갈망하고, 이해받기

를 갈구한다.SNS라는 이름의 이 작은 예술 공간에서 우리는 처음

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인연을 가꾼다. 컴퓨터라는 매개체를

통해 형님이 되고, 오빠가 되고, 삼촌이 되고, 친구와 누이가 되어

취미를 나누고 시간을 건넌다.


서로 미워하지 말고, 밀어주고 당겨주며 함께 간다면 이곳은 어느

새 정신적 놀이터이자 하루 일과의 쉼표가 된다.어느 날 정보의

바다에서 만나 서로를 알고, 서로에게 마음을 내주었던 인연. 끝내

이별이 찾아오더라도 우리는 이 작은 공간에서 서로를 돕고 살아

가는 ‘정(情)’으로 연결되어 있다.


“잘 읽었습니다.”

댓글 하나에 담긴 짧은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한내 개울처럼

조용히 흐르는 이 바람을 따라, 묵혀두었던 마음 하나를 조심스레

꺼내어 그대 마음 곁에 살며시 내려놓아 본다.


마우스 한 번 클릭이면 시작되고,
마우스 한 번 클릭이면 사라지는 인연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사람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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