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 수필
해마다 여름이면, 시골 고추밭은 전쟁터 가 된다. 사람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요, 더위는 사정없이 내리 꽂히고, 그 속에서 허리 굽힌 할머니들
의 땀은 고추보다도 붉다.
밭은 한두 마지기 수준이 아니다.많게는8마지기, 3천 평 가까운 밭에서
고추농사를 짓는다. 새벽 5시, 봉고차로 도시 아파트 단지들을 돌며
어르신 들을 태워 온다.주로 할머니들. 70대는 기본이고, 80이 넘은 분
도 종종 있다.
하루 품삯 10만원에, 새참 막걸리 한 잔, 빵 한 조각,쮸쮸바 하나. 돈이
급해 나온 다기보다는, 몸이 허락하는 한 누군가 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
는 그 자존심이 그들을 밭으로 이끈다
밭일은 쉽지 않다. 검정 비닐멀칭 위의 고추밭은 지옥처럼 덥다. 비닐 밑
흙 온도가 40도가 넘고, 숨 쉬기도 버겁다. 오후 두 시만 돼도 이마의 땀
은 폭포수고, 누가 먼저 쓰러 질까 조마조마하다.
그래도 할머니들은 잘 안 쉰다. 자식들 눈치, 남들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
싫어 서다. 그 와중에도 웃음은 있다. 시골 할머니들은 일머리가 있어서,
중간에 슬쩍 그늘로 빠져 농땡이도 좀 피우고, 막걸리 한 모금에 옛 노래
한 가락 부르며 고된 하루를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