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사랑.추억. 삶의 따스함]
바지랑대
< 삶을 받쳐준 기둥>
내 유년의 마을은 비록 읍내라 불렸지만
야트막한 산 아래 맑은 냇물이 졸졸
흐르고, 푸른 숲이 어깨를 맞댄 아늑한
품이었다.
마당 한가운데, 장승처럼 의젓하게
서있던 바지랑대. 그는 하루의 무게를
말없이 짊어지고 있었다. 초가집 처마
에서 마당 끝까지 뻗은 빨랫줄 그 줄을
곧게 세우는 것은 대나무로 만든, 끝이
가지처럼 쪼개진 바지랑대 였다.
이불과 호청, 담요가 줄 위에서 무겁게
숨을 쉬어도 그는 한 번도 허리를 굽이
지 않았다. 여름날, 고추잠자리가 날개를
접어 쉬어 가고, 가을날, 참새들이 옹기
종기 모여 속삭이던 자리. 아이들은
하얗게 널린 홑이불 사이를 헤치며
숨바꼭질을 했고, 바람은 빨래 사이를
지나며 먼지와 벌레를 털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