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수필
아버지(아흔다섯)와 함께 집 마당 비닐하우스 차광막을 덮는 날이었다.
하우스는 가로 여섯 미터, 길이 스물다섯 미터짜리 두 동.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나는 땅에서 다섯 미터쯤 되는 지점에 나일론 끈을 묶어 두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위에서 차광막 한쪽을 먼저 올려 달라고 말씀드리려는 순간이었다.
“아비야! 네가 묶어 둔 거 말고,
내가 묶어 둔 줄로 올라갔다 내려와라.”
다섯 미터 위에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나는 말했다.
“아버지, 어느 줄이든 똑같습니다.
아무거나 빨리 올려 주세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버지의 얼굴이 굳었다.
“이놈이, 아비 말을 우습게 아네.
잘 묵고 잘 살아라!”
아버지는 차광막을 내동댕이치듯 던지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셨다.
그걸 지켜보던 어머니가 뒤에서 소리를 높였다.
“영감,
아비가 묶은 줄이나 영감이 묶은 줄이나 똑같은데
왜 아들 보고 죽일 놈 살릴 놈 하시오!”
1막 1장
― 집 마당 비닐하우스 사건
그렇게 첫 번째 사건은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싸움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저녁 무렵,
아버지는 나까오리 모자를 쓰고 오래된 양복을 입은 채
검은 가방 하나를 들고 밥상 앞에 서셨다.
“어이, 할망구.
날 따라와.”
그리고 대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시려 했다.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아버지 다리를 붙잡았다.
“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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