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산책:수필
나를 살린 사람들 — 하태수 유년 연작 수필:4화)회초리와 흑판
회초리와 흑판
— 지워지지 않은 배움의 약속
내 어린 시절의 교실에는 두 가지가 늘 함께 있었다. 하나는 교탁
옆에 세워져 있던 가느다란 회초리였고, 다른 하나는 교실 앞 벽에
걸려 있던 검은 흑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두 가지는 서로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물건이었다.
하나는 아이들의 잘못을 꾸짖는 도구였고, 다른 하나는 글자를
배우고 세상을 배우는 자리였다. 그러나 그 시절의 나에게는 이상
하게도 그 두 가지가 언제나 함께 떠오른다. 회초리와 흑판은
마치 한 장면처럼 겹쳐져, 내 어린 시절의 교실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난한 집 아이였다. 학교에 다니는 일조차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요즘 아이들처럼 아무 걱정 없이 교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형편이 아니었다.월사금을 내야 하는 날이 가까워지면 가슴이 먼저
무거워졌다. 집안 형편 으로는 그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사실은 어린 마음에도 느껴졌다. 그래서 교실에 앉아 있을 때도
마음 한켠은 늘 불안했다. 칠판에 적힌 글자를 바라보면서도 혹시
오늘 선생님이 내 이름 을 부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
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어느 날 수업 도중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 안에 울렸다.
“하태수, 앞으로 나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