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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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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린 Elin Jul 14. 2022

빌런들 모아 놓고 노래를 시켜봤습니다?

[악카펠라] 리뷰

납치 연쇄살인범, 전과 5범 폭력배, 밀항 조직 보스, 조폭… 그리고 ‘아기상어’

엥? 이게 무슨 조합이지? 


대한민국 사람들은 다 아는 ‘이름 난’ 빌런들이 다같이 모여 동요 ‘상어 가족’을 열창하는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지금 잠시 상상해봐도, 절대 감미롭거나 순수한 화음은 아닐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지옥의 하모니’를 선보이지만 이들의 표정만큼은 꽤나 진지하다. 등장만 했다 하면 무슨 사건이 벌어질 것만 같은 ‘얼굴 서사’를 가진 이들이 아카펠라에 도전한다.



<악카펠라>는 악역 전문 배우 김준배, 오대환, 이중옥, 현봉식, 이호철, 최영우 그리고 래퍼 던밀스가 하나의 그룹이 되어, 일종의 ‘빌런들의 세계관 통합’을이룬다. 아침엔 뼈 해장국에 술 한잔을 기울일 것 같은 이들이 다같이 모여 감바스와 토스트로 브런치 타임의 낭만을 즐기기도 한다. ‘아기 상어’에 이어 ‘모두다 꽃이야’까지. 도저히 얼굴합과는 매칭이 안되는 동요만 연이어 부르며 이들은 ‘이미지 세탁’을 시도한다. 과연, 통할 것인가?



| 분명 낯익는 얼굴인데, 낯설다… 이 사람들

<악카펠라> 예능에서 쉽게   없는 출연진 조합으로 예고방송부터  기대감을 안겼다.  고정 예능에 도전한 ‘확신의 보스상김준배는 아직은 낯선 예능 생태계에서 적응하는 예능 샛별의 허당미를 뽐내며 기존의 이미지를 단번에 깨부순다. 김준배와 함께 ‘형님 라인  이중옥은 최고 음역대의 하이테너를 맡았지만 고음 불가이다. ‘막내라인에는 ‘악보는  봐도 노력하는 열등생이호철과 ‘반전 미성의 샤이가이현봉식이 있다. 여기에 뮤지컬 배우 최영우와 래퍼이자 독립영화 <메기>에서 연기경력도 쌓은 던밀스까지 투입되며 ‘무지개파 완성된다. 거기에 배테랑 예능인 정형돈과 데프콘이 매니저로 예능 샛별들을 매끄럽게 이끌며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들은 모두 개개인의 뚜렷한 캐릭터를 가지며 의외의 케미를 자랑한다. 사실 투MC가 빠져도 크게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들의 빵빵한 입담과 ‘티키타카’는 높은 확률로 대중의 웃음 포인트를 적중한다. 새 멤버 충원을 위한 오디션에 참가한 최영우는 악역 배우의 경력을 살려 나라별 영화 속 악당의 모습을 재현하는 개인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임팩트 강한 디테일 묘사는 확실한 웃음을 제공했다. 이들의 예능감은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 다채로운 매력을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한가지 확실한 건, 기존에 스크린에서 보던 이들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것과 그 반전매력이 계속 <악카펠라>를 보고 싶게 만들 것이라는 점이다.



| 사실 빌런은 원래 순수해

기존 음악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성 프로그램에서는 초반과 달리 극적으로 성장한 모습으로 감동을 선사하는 서사구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악카펠라>에서는 너무 극적인 스토리는 배제함으로써 ‘뻔함’을 피했다. 채현석PD는 제작발표회에서 “악역을 한 분들을 평상시에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같이 모여서 아카펠라 장르를 만들어가면 다채롭고 순수한 매력이 나올 것 같다”라고 기획의도를 전하기도 했다.



| 아이들 세계에 빌런의 등장이라…

그러나 ‘순수한 열정’에만 초점을 둔 탓일까. 키즈카페에서의 첫 공연은 최소한의 실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진행되어, 공연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가 민망하고 불편했던 시간이 되고 말았다. 공연의 경험을 쌓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시기가 성급했다. 물론 완벽한 실력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합을 맞추는 준비과정이 부족했다.


특히나 ‘도레미파’의 공연을 그저 재미로만 받아들이기엔 아이들은 아직 어리다. 가뜩이나 아이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도레미파’는 그저 ‘무서운 아저씨’일 뿐이다. 따라서 첫 공연 장소를 키즈카페로 선정한 것은 다소 무리였다고 본다. 오히려 키즈카페를 마지막 공연장소로 선택하여, 가장 합이 잘 맞는 하모니로 순수함의 결정체인 아이들의 공감을 얻음으로써 완벽한 악역 이미지 탈피를 노리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이젠 주인공 좀 하시라고요!!”

도레미파팀원들은 그간 짧은 분량과 한정된 이미지로만 대중에게 다가갔었다. 주연보다는 조연을 주로 도맡았던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도 센터자리보다는 사이드나 뒷자리가 익숙하다. 습관적으로 뒤로 물러나는 이들을 향해 정형돈과 데프콘은 “그놈의 조연병! 이제 주인공이라고요!”라고 호통(?) 치기도 한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때로는 작품에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아주 작은 역할에도, 이들은  최선을 다했다. 오디션에 참가한 윤대열은 오직 20 출연을 위해   간의 노숙자 생활을 감수한 일화를 전하며, “아이들에게 아빠가 배우란  보여주고 싶은데 보여줄  있는 영상이 없다 고백한다. 이에 같은 아버지로서 공감한 오대환은 “형님이  되셨으며 좋겠다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 최영우는 오디션에  순간도 꿈만 같다며, 뮤지컬 < 오브 라만차> <이룰  없는 > 불렀다. 꿈을 향해 걸어온 19년이라는 시간이 탄탄한 그의 보컬에 그대로 묻어나 깊은 여운과 감동을 안겼다.


<악카펠라> 주인공의 서사를 바쳐주던 이들의 자신의 서사를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을 은은한 감동과 함께 전한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프로그램 내에서의그들의 위치는 바뀌었지만, 주어진 역할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에는 변함이 없다. 이전에 도전해본  없는 아카펠라이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들은 최선을 다한다. 특별 게스트로 초대된 가수 신유미는 “제가 <싱어게인> 통하여 무명에서 유명가수사  것처럼 ‘도레미파멤버들도  프로그램을 통하여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 덕담을 전하기도 했다.




| ‘근본 없는’ 예능의 대명사 MBC, ‘근본 있는’ 웃음 사냥꾼 MBC

<무한도전>에서부터 각종 ‘근본 없는도전 콘텐츠로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과 재미를 안겼던 MBC, 이번엔 <악카펠라> ‘근본 있는웃음 사냥에 나섰다. MBC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으며  속에서 유례없는 예능 원석을 발굴해왔다. 새로운 ‘예능케 활약에 빠져 배꼽 잡고 한바탕 웃다 보면 어느새 한시간이 훌쩍 지나 있곤 했다. 이러한 시도가 유의미한 이유는 바로  지점에 있다. 근본 없어 보이는 도전이지만,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악카펠라> 역시 악역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출연진들 개개인의 개성이 시청자들의 감성과 통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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