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날부터 팔라조에 입성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진행됐다.
내가 패사디나로 숙소를 잡았던 이유는 미국에서 지내는 동안 패사디나에서 머무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패서디나에서 있다 보니 LA와는 거리가 있었고, 우리의 학교와 너무 멀었다. 그래서 아파트를 빌릴 지역을 변경하여 컬버시티와 한콕파크로 아파트를 보러 다녔다.
당시 코로나가 진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워크인으로는 아파트들을 보기가 어려웠다(코로나 때문에 그런 건지 원래 그런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아파트를 구경할 수 있도록 예약을 하고 아파트 보기에 나섰다.
컬버시티는 한콕파크보다 비교적 새로운 아파트들이 저렴한 가격에 렌트되고 있었다. 그래서 컬버시티부터 방문했다. 컬버시티는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 당시에는 아직 발전도 잘 안 돼있고,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여기저기 빌딩을 짓고 있었고, 그 덕분에 정말 소음 및 먼지가 가득했다. 뭔가 이곳에서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한콕파크 부분으로 이동해서 여러 빌딩들을 구경했다. 괜찮은 가격에 괜찮은 아파트가 하나 눈에 들어오긴 하였으나, 내 마음에 쏙 드는 것이 아니었다. 대체 어디에서 내 마음에 드는 아파트를 구해야 하나.. 착착한 마음에 그래도 한국인들이 많이 산다는 ‘파크 라브리아’를 둘러보기로 했다.
‘파크 라브리아’는 정말 큰 대단지였고,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는 이유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보안이 철저했다. 너무 철저해서 아파트 오피스를 들어가려고 해도 그곳에 사는 입주민이 아닌 나는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아파트 오피스를 들어가는 입구를 알 수 없었던 우리는 ‘파크 라브리아’ 주변을 걸어서 빙빙 돌았다. 이렇게 도는 도중에 바로 맞은편에 그냥 보기에도 굉장히 고급스러운 아파트가 보였다.
어차피 저렇게 비싸 보이는 아파트는 우리가 갖고 있는 돈으로는 유지가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가격이라도 알아보고 싶어서 남편을 데리고 그 아파트의 오피스에 방문했다. 코로나 때문에 워크인이 대부분 되지 않았는데, 그날 운이 좋았는지 남는 집이 하나 있다고 말하며 오피스의 직원인 에이미가 모델하우스를 보여줬다. 그 모델하우스를 보자마자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를 말하건 그냥 여기서 나는 일 년 반을 보내야겠다…” 아마도 오피스에서 일했던 그 직원이 내 표정을 읽었던 것 같다. 아파트와 헬스장, 수영장 등 여러 공간을 보여주던 오피스 직원은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거만한 눈빛으로 “올래? 말래?”라는 표정과 함께 설명을 끝냈다..
가격은 예상한 대로 우리의 예산을 초과하는 어마 무시하게 비싼 가격이었고, 아직 세입자가 그대로 살고 있어서 들어가려면 거의 2주를 더 기다려야 했지만 나는 우리의 집은 무조건 저 아파트라고 생각했다. 작은 거실에 있는 벽난로부터,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화장실 세면대까지.. 그리고 무슨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수영장에 헬스장까지 정말 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가격 제외하고는 없었다.
하나 남았다는 그 집을 누가 가져가기 전에 우리가 계약을 했어야 했다. 나는 안달이 나서 그 자리에서 이곳에 들어가고 싶다고 남편한테 조르고, 구두로 우리가 들어가겠다고 에이미에게 계약 프로세스를 안내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렇게 그날부터 팔라조에 입성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