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엔지니어, 도하, 교육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항공업계는 많은 변화에 직면했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과 방역 정책을 이유로 필수적인 현장 교육조차 온라인으로 대체했고, 그 여파로 본사 교육은 몇 년째 지연되어 왔다. 그러나 항공 엔지니어는 다른 항공사로 이직을 하게 되면, 반드시 본사에서 직접 이수해야 하는 몇 가지 필수 교육이 있다. 결국 이 교육들을 위해 나는 갑작스럽게, 두 달간의 일정으로 카타르 도하에 가게 되었다.
출국을 준비하던 중, 뉴스에서는 이스라엘이 도하에 머물고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공습을 감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전투기 폭격 소식에 주변 사람들도 불안해했지만, 일정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예정대로 14시간의 긴 비행 끝에 도하에 도착했다.
A380 항공기의 전 좌석은 만석이었다. 수많은 승객들이 도하 공항에 도착했지만, 대부분은 이곳을 경유해 다른 나라로 떠나는 환승 승객들이었다.
입국 심사대로 향하는 길, 주변은 금세 조용해졌고, 몇몇 승객만이 자동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 사라졌다. 나는 장기 교육을 위한 비자 서류를 무표정한 입국 심사관에게 건넸고, 입국 도장을 받아 도하 땅을 밟았다.
공항에서 현지 심카드를 교체하고 도하 택시 앱을 설치한 뒤, 외부로 나서자마자 습하고 무더운 공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기온은 38도. 몇 년 전, 두바이에서 살던 시절의 살인적인 더위가 머리를 스쳤다. 그때는 50도 가까운 날씨도 견뎌냈던 기억이 있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뜨거운 사막 공기를 마시며 이곳에서의 두 달을 떠올렸다.
이스라엘의 도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곳 주민들의 일상은 의외로 평온했다. 공격 지역은 외곽, 외국 공관들이 밀집된 구역이라고 들었다. 도심은 평소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어제는 중동 무슬림 국가들의 정상들이 도하에 모여 회의를 여는 날이었는데, 그 영향으로 공항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가 하루 종일 통제되기도 했다. 도로 통제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예상보다 더 오래 걸렸다.
교육 첫날이 끝나고, 나는 택시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 먼지로 인한 회색의 하늘, 그리고 붉게 지는 태양 아래 도하의 거리. 낯설고 먼 곳에 와 있다는 실감이 다시 밀려왔다. 갑작스레 잡힌 일정, 전날에야 지급받은 체제비, 그리고 여전히 어수선한 중동의 정세. 그러나 나는 이제 이곳에서 두 달간 머무르며, 내 역할을 다하고 돌아가야 한다.
이 낯선 땅, 도하에서의 두 달이 어떤 의미로 남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 또 하나의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