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다른 결
고등학교 시절, 마지막 짝궁이었던 ㅂㄱ과는 무려 7~8개월을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전에도 같은 반이었던 적이 있었지만 나는 그를 ‘나와 성향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라 여겼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는 그전에 어울리던 친구들과 사이가 소원해졌는지 나한테 말 걸고 접근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축구, 학업 등 일상적인 말들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게 담임선생님 눈에도 띄였는지 누가 보고를 한건지 어느 순간 그와 짝궁이 되고 졸업전까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선을 넘는 장난과 언행을 습관적으로 하였다. 시험에서 한 과목이라도 더 잘 나오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우월한 태도를 보였고 내가 던진 화제는 끊어버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이어갔다. 그는 항상 자신이 대단하고 재밌는 걸 하는 인생이란 걸 나한테 설교하듯 자랑을 하며 나에게 피로감을 주었다. 그는 나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생각했던걸까? 그때는 그 단어가 없었기에 그가 나를 어떻게 대한건지 표현하기가 어려웠었다. 식사 시간이나 방과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떨어지며 서로에게 같이 놀거나 식사하자는 말은 전혀 없었다...
그 관계는 ‘반 안에서만 이어지는 제한된 연결’이었을 뿐이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농담삼아 웃으며 "둘이 친하잖아?" 말을 던졌다.
그러자 나와 그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표정이 굳어지며 그 학생에게 "뭔소리하냐?"며 반문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다른 학생도 거들며 "너네 둘이 항상 붙어있잖아?" 웃으면서 말하자 순간 생각이 들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다른 사람들 눈엔, 매일 붙어 있는 ‘친한 사이’처럼 보였다는 것.어쩌면 그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기에 표정이 굳어졌을지 모르겠다. 진짜 ‘죽이 맞는’ 관계였다면 서로 동시에 부정하진 않았겠지...
졸업식 날, 나와 그는 연락처 공유도 없이 서로 인사 한마디 없이 헤어졌고 그렇게 그의 소식은 알 수 없었다.
그 후 졸업하고도 한참이 지난 세월 후 그가 유튜버도 하고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다른 동창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검색해보니 그의 말투와 표정은 세월이 흘렀어도 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상은 변했고 그는 그 나름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듯 보였지만 나에게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엔 앉았지만, 마음을 마주한 적 없던 사람" 으로 남아 있다.
오래 함께 있었다고 마음이 향했던 것도 아니었다.. 나와 그는 끝내 친구가 되지 않았고
이제 와 그와 다시 마주친다 해도 우린 아마.. 다시 서로를 몰랐던 사람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