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 봉사활동 & 의문

여전히 반복되는 질문들

by 팅커

중학생 시절도 그랬지만 고등학생 시절도 학년마다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시간을 채워야 했다.

고등학교에 가니 봉사활동에 대한 압박이 더 심해진다.

"안 채우면 학교 강제 청소 시키겠다" "입시 때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등 선생님의 말은, 협박처럼 들리기도 했다.

또한, 시간을 채우려면 반드시 인증서나 기록 증명서가 있어야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단순히 행사에 1시간 앉아 있으면 봉사활동 2시간을 주는 식의 정보들이 보이고 자리는 순식간에 다 차버렸다. 그게 정말 봉사인가?

학교의 일부 부서들은 봉사활동을 채워주겠다며 영업처럼 홍보했다. 학생들 대부분은 이 시스템에 익숙해졌고 나 또한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3시절 마지막 학기.

인원 제한이 있던 학교 봉사단체에 드디어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강도도 훨씬 낮았다. 양로원, 복지관에 가면 힘든 청소 작업들을 많이 시켰지만 학교는 미리 선생님들이 준비한 도시락 박스들을 학교 주변 독거노인들 집에 방문해 전달하고 약간의 말동무 들어주고 도와주기만 하면 됐기에 몸이 편했었다.


그런데 그 활동은 실제 활동 시간보다 늘려 계산되었고 어느새 필수 시간을 훌쩍 넘긴 나를 발견했다. 그 순간 생각이 들었다. "이미 시간도 초과했고 초과한다고 나한테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더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하기 싫다"는 감정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소문의 빠름, 무서움을 몸소 경험하고 생각이 많았던 나는 지금 나가면 "봉사활동 시간만 채워서 나간다"는 말이 나올까 찔렸나 보다. 결국 나는 다시 마음 다잡고 수능 끝나고도 방학 전까지도 봉사단체에 참여를 하였다. 누군가는 날 보고 ‘마지막까지 열심히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살짝 그런 상상도 했다.

누가 알아줄지도 모르지만.. 그보다 먼저 내가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끝나고 나는 봉사의 진정한 의미가 뭔지 생각에 잠겼다.

"봉사 활동이란 이름을 붙인 이 활동들은 누가 만들었을까?" "만든 사람이 추구한 것이 진짜 봉사였을까? 학생들을 옥죄이는 수단으로 만든 것일까? 아니면, 강제로 시키되 예쁘게 포장하려는 걸까?" "봉사활동 채우기 의무가 없다면 내가 봉사활동을 한 번이라도 했을까?"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지금도 여전히 그 질문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글을 쓰며 다시 떠올려 보니 봉사는 어쩌면 나를 시험했던 거울 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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