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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북 Aug 20. 2024

도파민 중독자가 여행 브이로그를 보니까

어제 드라마를 보다가 늦게 잠들고, 일찍 일어나 피곤한 눈을 비비면서 유튜브를 틀었다. 구독한 후 그나마 챙겨보는 유일한 채널인 '타일러'에 영상이 떴길래 바로 틀었다. 마침 주제도 요즘 내가 문제를 겪고 있는 '전자기기, 도파민 중독'에 대한 이야기였다. 타일러 영상의 좋은 점은 확실히 똑똑한 분이셔서 그런지, 뻔한 주제라도 몰랐던 정보와 남다른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번 영상을 보면서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도파민 중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과 해결하기 위해서 법적인 제재 등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사회적 단위로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만들어지고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약간 충격이었다.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전자기기의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볍게 생각하고 이에 대한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노력의 필요성은 많이 느꼈다. 어제까지만 해도,

기존에 사용하던 브라우저에 광고 창이 너무 많이 떠서 네이버 웨일을 설치했고

잠이 안 와서 폰을 켰다가 보게 된 드라마가 재밌어서 결국 새벽 2시를 넘어 잠들었고

다이어리를 적으려 하는데 공부하던 와중 릴스를 봤기에 열심히 공부했다고 적을 수 없었고

메모를 하려고 폰을 켰는데 어느새 릴스를 보고 있으며, 폰을 끄니까 어떤 것을 메모하려고 했던 것이 그제야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자기기에 중독되는 것이 싫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바로 누군가의 작은 성취가 반짝일 때다.

오늘 같이 해외 프로그램을 나갔던 동생이 활동한 내용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을 보내줬다. 그 동생은 영상 만들기가 취미로, 약대를 다니는데도 영화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영상을 보면서, 즐거웠던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참 멋있다고 느꼈다. 나도 이런 의미 있는 취미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사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여유 시간이 있을 때도 전자기기를 보면서 하루를 그냥저냥 보낸 적이 참 많다. 그런 날들을 다른 일에 쏟았다면, 손가락으로 릴스 내리는 것보다 과정이 더 어렵긴 하더라도 훨씬 만족스러운 내가 되지 않았을까? 독서, 영상 만들기, 서핑하기, 글쓰기, 영어 공부하기, 스페인어 공부하기, 그림 그리기, 요리 배우기, 식빵 만들기 등 해보고 싶은 것들이 아주 많아서 다 하기엔 부족한 인생을 더 허비하고 있었다. 


하루 만에 고치기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정말' 조금씩이라도 전자기기에서 벗어나서 바꿔나가야 할 때다. 사실 릴스, 영상 진짜 재밌긴 한데, 그래도 마지막 눈 감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노력해 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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