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새로 생긴 취미는 오일파스텔이다.
내 그림을 최근에 알게된 사람에게 보여줬더니 미술관련 공부를 했냐고 했다. 그런 정도의 질문을 받을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릴때 미술학원은 한달 다닌적있다. 거의 안배운거나 마찬가진데 그런거 치고 나쁘진 않는 것 같긴하다는데는 나도 동의한다. 과찬이지만 그런말을 들으니 살짝 얕은 구름 위에 떠오르는 것 같아 기분은 좋았다.
26살때부터 부쩍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을 지나고 나니 가을이 되어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다. 감정의 깊고 얕음의 높낮이와 서로다른 감정들을 색으로 나타내는 것만큼 나를 잘표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두번째 이유는 글은 모두에게 보여지지만 그림은 내가 해석해주지 않으면 그 깊이와 의미를 모두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림은 보여주되, 누구에게나 내 마음거ㅏ 이야기를 오픈하지 않아도 된다는 비밀성이다. 노래도 글과 마찬가지다.
이런 두가지 이유로 솜씨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그림만큼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없었다. 그 때 처음 생각해낸 것은 어떤 인물화를 그린다거나 하는 섬세한 기술적인 작업이 아니라 추상화 같은 그런 그림이었다. 사실은 캔버스에 그리고 싶었는데 내 집이 있기는 커녕 원룸에 이사다니는 신세에 이미 많은 짐들 속에 캔버스 여러개까지 늘리기엔 너무 버거웠다. 그래서 그때는 그리지 않았는데 올해 와서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진거다.
26살, 그때 그시절에 느꼈던 감정들에 대한건 아직 그려두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그 당시에 표현하고싶었던 정확한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잘안나는 듯 싶다. 언젠가 기억이 날 수 있을 때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어쩌다 그림을 취미로 그리게 됐냐면 올해 연나이로 30, 나는 성수미술관에 방문했다. 이 곳에서 스케치가 프린팅되어 나오는 캔버스에다가 아크릴 물감으로 색칠을 하는 그림을 그렸다. 꼬박 2시간 30정도를 앉아서 그렸다. 색을 칠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려서 중간에 일어날 수 없었다. 긴시간동안 집중한 끝에 그림을 완성했는데 상당히 뿌듯했다. 내가 고른 그림은 어려운 편이라서 도중에 "이만큼만 할게요~"하고 완성하지 못하고 가시는 분들이 많다고 "끝까지 다 완성하셨네요~" 하면서 기뻐하시는 점주(?)님 덕분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그리고 나서 집에 오니까 다시금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는데 캔버스는 부피도 크고 무리인 것 같아 오일의 질감을 살리고싶어 찾아보다 알게된 것이 오일파스텔이었다. 손에 파스텔이 묻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채물감이 물에 번져서 색이 섞여버리는 것 보단 훨씬 나을 것같다는 생각도 이 결정을 합리화하는 데 한몫했다.
그렇게 오일파스텔에 필요한 준비물들을 주문했고 도착하자마자 그리기 시작했다. 뭘해야할지 모르겠을 때, 마음이 무거울 때, 우울할 때, 그저 이 시간을 보내버리고싶을 때, 멋진 그림 그려보고 싶을 때,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을 때 등등. 그때마다 아름다운 풍경을 봤을 때 찍어둔 사진을 폰에서 찾아서 그렸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