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에 외할머니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니면서 처음으로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고 신앙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에 친구가 준 책인 '세 명의 사기꾼(스피노자의 정신 저)'를 읽고 세 명의 메시아에 대한 믿음이 크게 흔들렸었다. 배신감도 들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괜찮았다. 나의 논리는 인간이 틀릴 순 있어도 신이 틀릴 수는 없다는 마인드가 내 마음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인 <코스모스>를 보고, 구약 성서인지 신약 성서인지 알 수 없지만 성서 속의 한 인물이 약 800살을 살았다고 하는 글을 접하고 나서 내 가치관은 크게 흔들렸다. 이 모든 게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였다.
'사람이 800살을 어떻게 살아?'라는 생각을 하니까 어렸을 때에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다 무너졌다. 설마 성서를 직접 집필한 작가들 중에 한 명이 실수한 거 아닐까? 신의 언어가 너무 고차원적이라서 잘못 이해해서 옮겨서 적은 게 아닐까? 어쩌면 신에 대한 경외심이 너무 강했던 나머지 '800살'이라는 나이를 과장되게 적은 게 아닐까? 한동안 그러한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러다가 나에게 병이 찾아오면서 나는 건방지게도 신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과학 에세이인 <홀로서기>에서 1부로 신이 없다는 취지의 글을 썼다. 하지만 그때 글을 쓴 이유는 내가 비관적이었기 때문에 썼었던 것이었다. 신을 미워했던 것 같다.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틀린 거면 내가 지난 세월에 한 기도들이 전부 쓸모 없어지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다시 한 번 더 말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병이 찾아와서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고 올바른 이성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마치 서로 다른 언어로 구성된 운영체제 두 개가 충돌하는 듯한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냈다. 그때에 아시는 교수님께서 성당에 가보라는 제안을 하셨고 신부님께 무신론에 관련된 내용의 글을 책으로 엮어서 낸 적이 있다고 했다. 신부님께서는 그러한 생각은 강력 범죄와 같은 수준의 잘못이라고 하셨고 나는 이에 반성하며 신부님께 다시는 무신론에 대한 글을 쓰지 않기로 맹세하였다. (참고로 나는 군대 시절에 육군훈련소의 성당에서 세례를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수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는 과학책을 독서하던 중에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접하게 되었다. 인간이 시뮬레이션(가상현실)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인간이 사는 우리 우주 또한 어떠한 지적인 존재의 가상현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게 신이며, 신의 세상에서는 그가 프로그래머나 과학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을 조용히 내 마음속으로만 지지했었다.
또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으로 '우리 우주는 가상현실일 수 없다는 취지'의 논문을 접하게 되었다. 인간의 수학과 과학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물리적인 문제들이 현실에 있으니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나뉜 우리의 우주를 시뮬레이션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부분을 현실 세계에서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리 우주가 시뮬레이션이 아니라며 인류의 지식으로는 우리 우주와 같은 세상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니... 이를 개발한 창조주 또한 없다는 논리의 글도 하나가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아직 신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였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은 아직까지만 해결이 불가능한 일일 뿐이다. 인류의 학문적인 발전이 아직 부족해서 생긴 한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후손이 이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도 있다. 하나님이나 부처님이 전부 다 존재하고 각기의 믿음에 따라서 구성된 영적인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사람으로서 아직까지는 신이 존재한다고 믿고 과학력과 관측 도구가 더 발전하면 신이 존재하는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지가 밝혀지지 않을까 싶다.
방향성만 올바르다면... 믿음은 그것이 틀리더라도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며 설사 허구의 존재를 믿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다. 내가 게임 속의 캐릭터를 움직이는 걸 보듯이 누군가가 우리 우주를 지켜봐 준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고 알 수 없는 힘이 난다. 내겐 그걸로도 충분하다. 신이 실존하든지 아니면 허구의 존재이든지 간에, 나는 이 생각을 통해서 마음의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