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만큼 일상생활도 중요해.

아프고 나서야 돌보게 된 내 정신 건강.

by 김기제

나는 공황이 오면 렉이 걸린다. 앞이 새햐얗게 변하고 말을 버벅거린다. 마치가 아니라 진짜로 고장 난 사람인 것이다. 내 업무 공백기는 일 년까지는 아니지만 꽤 길었다. 도중에 취업이 한 번 되었지만 며칠 일하다가 내가 적응을 잘 못할까 봐서 불안함이 컸다. 그래서 다른 핑계를 대고 일을 그만두었다.


공백기이던 시절에 회사에 다니고 있지 않은데 회사에 다니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질문이 쏟아졌다.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정규직인지 계약직인지, 월급은 어떻고, 하루 몇 시간을 근로하는지 등등... 단순히 아는 사람에서부터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거짓말을 했었다.


사실대로 말하지 왜 거짓말을 하느냐라고 묻느냐면 나름대로 일을 열심히 구하고 면접도 봤는데 자꾸 떨어지고 경력 공백이 커지니까 즉, 집에서 쉬는 게 죄 같이 느껴져서 거짓말을 했다. 남한테 내가 불행하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거짓말을 한 셈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왜 그만두었는지 물어볼 때에 누가 괴롭힌 것도 아니었다며 단지 업무를 빠르게 쳐내야 한다는 게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그랬다라고 말했다. 혹자들은 일을 '그걸 못 견뎌서 앞으로 뭐 해 먹고살려고 그러느냐', 또 '그만두어서 큰일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 하는 재택근무에는 크게 만족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만 작품을 제출하면 되고 또 하고 싶었던 미술 직무에 집에서 근무하다 보니까 출퇴근할 필요도 없다. AI 시대에 대체되기 쉬운 직무가 재택근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내가 일하는 영역까지는 그 여파가 다가오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재수가 없게도 피지컬 AI가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면 나 또한 경쟁에 밀려서 도태될 수 있지만 변화는 막을 수 없고 아직 찾아오지 않았기에 조금만 더 지켜보면서 현재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 그렇다고 일을 쉽게 여기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회생활이 중요한 만큼 내 일상생활도 중요하다. 아파 보니까 깨닫게 된 건데 돈이 중요하긴 하지만 건강 또한 중요하다. 만약에 지금보다 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서 엉망이 된 정신이 더 고장 나게 된다면 돈이 무슨 소용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나는 지금의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하고 있고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정신 승리를 하고 있다. 거대한 파도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온전히 나로서 살아남으려고 말이다.


만약에 내 기준에서 정신보다 돈이 중요해지려면 AI기술과 의학 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되어서 내 병을 100% 완전 치유하는 데에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입금해야 될 때뿐이다. 그래서 내 일상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다. 사회생활에 공을 들인 시간만큼 내 일상과 정신 그리고 마음에 정성을 쏟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사회생활과 돈도 중요하지만 일상생활과 정신 그리고 마음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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