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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열매를 맺기 시작한 나의 예금

1억 예금 풍차 돌리기

2023년 여름 예고도 없이 아버지께서 갑작스레 암으로 돌아가셨다. 동시에 내 앞으로 1억원이라는 돈이 생겼다.

많은 사람들이 목돈 생겼으면 코인을 해야지 주식을 해야지 ETF를 해야지 건물을 사놔야지 등등 이야기를 할 수 있겠으나 나는 할 줄을 모른다. 욕심은 있으나 관심이 없었고 남들 잘되는 건 부럽지만 배울 의지도 그다지 없었다. 나의 작가(?)로서 첫 작품인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도 나와있는 대목이다.


아무튼 그래서 1억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버지에게 받은 돈이니까 어머니를 위해 쓰자’라는 단순한 결론이 나왔다. 다만 지급방식(?)을 고민했는데 매달 50만원씩 드리게 되면 16.667년을 드릴 수 있는데 그 이상으로 살아계실 테니 그럼 매달 40만원씩 드리면 20.8333년을 드릴 수 있는데 이것도 조금 애매하고 매달 30만원이면 27.778년이니까 충분한 거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그렇게 혼자 검색도 해보고 알아도 보고 투자라는 것도 기웃기웃 거리고 해서 결론결론 내린 것이 원금 보장 100%의 예금 풍차 돌리기였다. 대게 ‘풍차 돌리기’라 하면 적금 풍차를 많이들 생각하시던데 목돈을 모을 거며 적금 풍차 목돈을 굴릴 거며 예금 풍차라고 생각하면 될 것 이다.

그렇게 어느 은행 어떤 상품을 가입해야 단돈 1원이라도 더 벌 수 있을까 알아보고 선택한 곳은 새마을금고 MG더뱅킹정기예금 이었다. 무엇보다 전국에 있는 새마을금고 하나하나 검색해서 단 0.01%라도 예금 이율이 좋은 곳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별거 아니지만 뭔가 투자에 성공한 듯한 느낌마저 받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었던 거 같았다. 그렇게 매달 900만원씩 전국 새마을금고를 돌며(?) 예금상품에 가입을 했고 드디어 1년이 지난 2024년 7월 18일 드디어 첫 수확의 날이 다가왔다. 두근두근! 이것이 수확하는 자의 마음과 같을까? 부지런한 시흥 새마을금고! 출근시간보다 1분 빠르게 입금되었다는 카톡을 보내왔다. 금액은 9,403,550원! 900만원을 빼면 403,550원! 어머니 용돈입니다~

첫번째 풍차 수확하기! 3550원은 내가 수수료로 가져갔다

1년전 당시 시흥 새마을금고가 가장 금리가 높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선택을 했을 것이고 금액으로보니 1년 단리 5.3% 였다. 용돈 지급 후 900만원을 다시 예금에 넣으려는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찾아보니 현재 가장 금리가 높은 상품은 애큐온저축은행 처음만난예금 월복리 3.95%(연 4.02%) 1회성 상품이었고 다른 곳도 높아야 3.6% 수준이었다. 눈물을 머금고 마지막 4%대의 예금을 가입하였다. 앞으로 줄어드는 용돈 금액에 서운해 하는 엄마의 모습이 살짝 스쳤지만 어쩔 수 없지 ㅋㅋㅋ

참고로 900만원*12개월은 1억 800만원으로 아버지가 주신 용돈보다 800만원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은 마지막 열 두 번째 예금을 만들면서 깨닫게 되었지만 나의 비상금으로 채우기로 했다.


아버지는 성실한 산림직 공무원이셨다. 20대부터 오로지 가정을 위해 맨 몸으로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어머니와 두 아들을 훌륭하게 키운 나의 영웅이셨다. 자식들 위해 부모 노후 걱정할 필요 없도록 미래 계획까지 완벽하게 다 세워두시고는 은퇴하고 얼마 되지도 않아 가족들을 두고 떠난 아버지. 1억이라는 금액이 누구에겐 크고 누구에겐 작을 수도 있겠지만 크기와 상관없이 평생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주는 용돈, 나에게 주는 용돈으로 쓰일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잘 갖춘 거 같아서 그저 뿌듯 할 뿐이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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