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우마뭉
나는 옷을 못 입는다. 물론 예쁘고 멋있게 입고 싶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 패션을 공부해야 되는순간 귀차니즘이 발동되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다. 사실 나의 이런 성향은 패션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적용된다.
만년 집돌이인 내가 올해 5월초에 외출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친구가 코끼리 베이글이라는 곳에 가자 해서 억지로 끌려 간 거긴 했는데 살면서 성수동은 처음 가본 것 같다. 난 베이글만 먹고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여기 뭐 팝업 스토어가 많다며 가봐야 된다고 해서 한 네 군데를 끌고 다니다가 드디어 집에 가나 했는데 옷을 사야 한다더니 매장 여기저기 막 들쑤시고 다니면서 엄청 돌아다녔다. 나도 예쁜 거 찾아보라곤 하는데 어떤 게 예쁜 건지 나한테 어울리는지 잘 모르다 보니 난 그냥 땡볕 아래 걸어 다니는 좀비였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에어컨 빵빵한 백화점 같은 곳에 들어가서 잠시 정신이 번쩍 들면서 마네킹이 입고 있던 반팔 한 벌이 눈에 들어왔다.
우마뭉?? 이라는 처음 보는 브랜드였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30년 전통의 니트웨어만을 고집해온 브랜드란다. 아무튼 패션을 모르는 내 눈에는 옷이 고급져 보였고 소재도 시원해 보였고 그냥 멋지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홀린 듯이 걸어가 가격표를 봤는데 15만원…… 누구에겐 비싸고 누구에겐 합리적이고 누구에겐 저렴한 가격이겠으나 옷의 가치를 모르는 나 같은 짠돌이는 셔츠 쪼가리 하나가 15만원이라고?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사고 싶었는지 그 자리에 서서 옷만 만지작~ 만지작~거리다가 끝내 발길을 돌렸다. 친구가 옷은 사이즈만 보고 인터넷으로 사는 거라는 꿀팁과 함께 검색까지 해줬는데 할인을 받아도 머 13만원대였다. 그렇게 옷 한 벌 못사는 멍청이 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게 한 달이 지난 6월 12일 무신사 앱으로부터 알람이 왔다. 어쩌구저쩌구 우마뭉 30%세일! 이란다. 오잉? 어떻게 알았지? 당시 친구가 장바구니에 담아 놓았던 거를 무신사 녀석들이 알고 세일 기간에 맞춰 알려준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기다렸다가 구매하는 것도 매우 효율적인 거 같긴 하지만 언제 세일할 지 모르잖아?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망설이다 고민상담을 하게 되었다.
회사에 옷을 너무 잘입는 멋쟁이 아줌마(31살, 애기는 1살)가 계시는데 최근에 맘에 드는 옷이 있는데 가격이 비싸서 고민이다라고 이야기를 꺼내보니 자기는 지금 입고 있는 티 셔츠가 30만원이란다…… 돈도 잘 벌면서 왜 옷 하나 못사냐 구박을 받으며 옷을 보여줬는데 나름 긍정적이며 나랑 어울릴 거 같다고 말해주었다. 근데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잘 버는지 못 버는지. 아무튼 패션도 취미, 자기개발, 누구에겐 직업의 영역이기도 하니까 얼마나 투자하는가에 대한 부분은 주관적인 문제인 것 같고 나는 같은 물건이라면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사고 싶은 구두쇠일 뿐이다.
그렇게 고민과 상담 끝에 구매를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101,381원에 구입하였다(지금 글을 작성하는 시점이랑 가격이 비슷한 것으로 봐서 만족스러운 가격에 잘 산 거 같아서 뿌듯하다). 이 틀 만에 옷이 도착하고 괜히 포장마저 고급진 우마뭉이였다. 무신사 녀석들 후기 포인트를 이렇게 후하게 주는지…… 짠돌이이자 구두쇠인 나는 그 포인트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정성스런 사진 후기와 함께 나의 영혼을 팔고 있었다.
아무튼 이렇게 어렵게 옷 한 벌 사긴 했는데 어울리는 바지가 없어서 당분간은 옷장 속에 고이고이 보관해 둘 것만 같은 나는 패피가 되고 싶은 집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