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경 「말·10 」

by 김지숙 작가의 집

말에도 귀소본능은 있는 것일까 모든 말들은 밖으로 향해 작용하지만 정작 그 말들은 다시 자신을 향해 되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듣기 이상으로 말하기에 신중해야 한다. 명확하지 않고 애매 모호한 표현들을 사용하여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면 오해와 질시가 생기고 관계는 악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는다 말이란 한번 내뱉으면 결코 다시는 원위치로 되돌릴 수 없다




절은 말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는다

강가에 자리 잡은 빨래터로 나간다

얕은 물에 부려놓고

떠내려가지 않게 담가서 불린다

비누질에 방망이질까지

땟국이 강물에 씻겨 사라져간다

말들을 흔들어 깨끗이 헹군다

물기를 짜서 대야에 담아 옆에 끼고

발걸음도 가볍게 돌아와서는

탈탈 털어 빨랫줄에 넌다

해도 바람도 힘자랑 않고 손잡고 거든다

구덕구덕 마른 말들을 걷어 다림질 한다

곱게 펴진 아름다운 말들의 시어(詩語)

함의(含意)의 깊은 맛

리듬이 통통 튀는 묘미

사람들 머릿속에 개켜져 차곡차곡 쌓인다

보송보송해진 말들을 꺼내어 쓸 때마다 이는

그 마음 무엇에다 비할까

-윤인경 「말·10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말하지 않고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으며 또한 자기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흔히 일상에서 하는 말들은 주관적 사실을 드러내고 상대방 역시 자신의 주관대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상호 간에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충분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부분들은 되도록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시 「말·10」에서 화자는 찌든 빨래처럼 찌든 말들을 모아 빨래터로 가서 깨끗하게 씻어서 다시 말려 시어로 재사용한다고 한다. 화자의 표현에 따르면 ‘때에 절은 말’은 찌든 빨래처럼 강물에 흔들어 씻으면 땟자국이 사라진다고 한다. 또 탈탈 털어 빨랫줄에 널면 ‘구덕구덕 마른 말’들이 되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온다. 이미 입을 떠난 말들을 다시 잘 다스려서 새것처럼 쓸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원상회복을 하려면 공이 많이 든다. 그래서 화자의 말처럼 한번 잘못 사용된 말, 찌든 말들을 다시 꺼내 쓰려면 실제의 삶에서는 되새기고 되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말을 하기 전에 자신의 감정관리를 잘 할 수 있어야 하고 스스로 말한 내용에 대해 피드백을 함으로써 잘못 사용한 말을 깊이 되짚어 보고 반성하는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씻는다는 행위는 바로 이러한 ‘피드백’에 해당되므로 자신에게나 상대에게나 좀 더 긍정적으로 말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새롭게 찾아가는 행위로 대변된다고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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