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by 김지숙 작가의 집

안경



환한 세상 보여주는 선물이더니

이제는 쓸모없어

책상서럽 한구석에 소복이 쌓이네


갈수록 늘어나는 수만큼

맞지 않으면 버린다고

변심이라고 말하지 마


갈수록 희미한 세상에서

너 위에 너를 겹쳐 얹으며 여전히

또다른 너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네


처음 너를 내몸에 얹던 그 날은

너무 눈이 부셔서

세상이 너무환해서

똑바로 눈 뜨지 못했지



안경을 쓴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벗었다 꼈다를 반복하다보니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잘 지내왔다 근시에서 원시로 시력이 넘어가던 즈음 사람들은 안보인다고 할 때에 난 안경없이도 정상 시력으로 돌아왔고 몇년을 그렇게 지나고는 급격하게 눈이 나빠졌다

그래서 다촛점 안경으로 바꿨고 처음에는 어질어질하더니 이제는 다촛점 안경이 아니고는 사물을 보는데 부담이 간다 그래도 밖으로 나갈 때에는 가급적 안경은 잘 쓰지 않는다 시야가 넓어진 만큼 적응이 덜되어 불편하기 때문이다

안경을 쓰면 흐릿한 시야가 또렷하게 보인다 안경을 벗으면 신호등도 둘셋 겹쳐 보인다 어느 순간인지 달도 아래 위로 불툭 불툭 솟아 달이 눈사람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안경을 쓰면 좀 낫지만 그래도 하나의 사물로 뚜렷하게 보이기는 어렵다 안경을 안쓰고 타이핑을 하면 여지 없이 오타투성이다

눈도 나이가 들었다 누운 팔자를 그리며 눈운동을 하고 시간맞춰 인공눈물도 넣곤 하지만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그냥 넘기는 날이 더 많다 그나마 밖으로 운동이라도 나가면 눈은 혹사에서 벗어난다

인터넷이나 핸드폰을 보다가 안경을 벗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그냥 눈이 피곤해서이다 아무리 읽어도 눈이 피곤하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는 그 기억으로 물속의 고기 눈알까지 환히 바라보이던 그 또렷하게 보이던 광경을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어쩌겠는가 세월을 이기는 장사 없다는데 백내장 수술읖 하면서 원시안 수술을 한 친구들 말이 안경없이 사는건 좋은데 눈안에서 뭔가가 걸기적거리는 것 같은 뻑뻑한 느낌은 늘 불편하단다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곤혹일거라고 말을 흘린다 세상에 공짜로 얻는 건 없다는 의미인가?

덜 보이면 덜보고 살라는 말이고 덜 들리면 덜 듣고 살라는 말처럼 이제는 그렇게 살아야 하는 시기인가

보고 듣는데 초연해야 하는 시기에 진입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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