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물소리가 여름을 먹는다
얼려먹고 밥말아 먹고
비벼 먹는다
시간을 먹어 히얗다
달빛 숲바람 골목
여름은 밤도 하얗다
장맛비에
질펀한 물소리를 튕기며
더운 발자국은
아침에서 자녁까지
재미나게 돌아다닌다
딜빛을 보쌈하고
촘촘한 빛을 챙겨서
나뭇잎 사이로 흘려보낸다
여름이 사춘기 소년의
심장처럼 벌렁댄다
여름이다 한때는 여름이 좋았다 그래 더우려면 확 더워서 헥헥거릴 정도는 돼야지 그랬다 하지만 점점 더위는 견디기 힘든 시간으로 다가온다 비라도 내리면 이건 설상가상이다 그런데 여름에 비내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만난 적이 있다 나의 입장에서는 좀 달랐다 여름비 내리면 시원하긴 하지만 끈적끈적한 느낌이 불쾌한데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초록잎이 빗물을 머금고 세수를 한 것은 좋다 여름이 좋은 점은 여기저기 수많은 종류의 꽃들이 핀다는 점이다 곡식도 꽃을 피우고 감자 고구마도 옥수수 호박도 벼도 꽃을 내는 때이다 어떤 곳은 꽃을 몇가마니로 쏟아내 주변은 꽃천지가 되어 있다 나무들도 여름비에 쑥쑥 자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여름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
저 철없이 발랄한 모기떼만 없다면 여름은 괜찮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