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다 비우고도 빛이 난다
텅 비었지만 허공이 아니다
흔들리지만 잡을 수 없고
조용하지만 말을 한다
할 말이 너무 많아 종일
쓴 말들을 일순간 다 지우고
또 다시 느리게 다시 쓴다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마음이 구름을 타면
닿는 그 곳에서 모두 만나게 될까
오늘 아침은 짙은 회색구름이 하늘에 끼여 마치 노트븍 자판기처럼 일부 구간들이 넓고 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 사이로 해가 비치고 가는 빛들이 비치더니 또 순간 환하게 세상이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지곤 한다 구름의 마음을 읽고 있다 어쩌자는 거지
그런 광경을 보면서 인생도 그런게 아닐까 생각했다 늘 해가 나고 구름한 점 없는 생이 있을까 늘 먹구름 아래 놓인 인생이 없는 것처럼 어쩌다가 한두번은 먹구름이 또 어쩌다가 가만 있어도 쨍하고 해가 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아무리 공을 들여도 구름의 운행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성을 들일수록 내마음과 달리 방향을 잡아 가버리기도 한다 사라진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도 하고 그리운 옛일들을 떠올리기도하고 앞으로의 소망도 담아내지만 일순간에 사라진다
구름의 매력은 바로 거기에 있다 아무리 많아도 일순간에 사라지고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순식간에 먹구름이 덮치는 인간사와 너무 많이 닮아 있다 허공에 집을 지었지만 집이 아니라 언제든 거둬들이는 순발력이 있다
아무리 많은 사물을 스치고 지나가도 결코 누구를 다치게 하지 않는 포용력을 지닌 품이 넓은 사람 같다 언제나 구름을 사랑하고 구름바라기를 즐겨왔지만 오늘 아침은 찬찬한 얼굴로 다가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한다
그래 오늘 구름은 내게 이렇게 말을 했다 다 지나갔다 먹구름 낀 날들. 그 세월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말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인생을 되돌아보면 다 잠깐이다 인생이 더 잠깐이기 때문이다 더 넓고 더 깊이 있는 삶을 살아라 살다보면 비어도 빈 게 아니고 스쳐도 누구도 다치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말을 아는 그 느낌을 갖는다고 구름처럼 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