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내 솔바람
숲이 품는 열기에
여름이 녹아있다
소나무 자작나무 밤나무 찔레
제 몸에서 나는 향이
온통 뒤섞어 여름이 된다
숲에서 불어 오는 바람에는
흠뻑 젖은 파도와 먼 길 걸어온
목 마른 풍경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숲바람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창문을 연다 창밖의 소나무 숲 너머로 바다와 먼저 인사를 하고 나무들이 보내오는 그들의 냄새를 느낀다 바람의 소리는 파도 소리를 닮았다 아무래도 건너 자작나무 숲에서 어른스런 잎들이 내는 소리다
멈추지 않는 소리들에 실려 오는 숲내를 맡아본다면 왜 사람들이 숲 가까이 살고 싶은지를 알게 될 것 같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냄새면서 또 아주 편안한 기분이 된다 피톤치드향인듯 아닌듯 소나무 밤나무가 꽃 필 즈음이면 이런 저런 냄새들이 범벅이 되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냄새들이 좋다
이파리에서나는 걸까 줄기에서 나는걸까 아니면 바람이 잘 뒤섞어서 브렌딩한 상태로 나의 창으로 들여보내는 것일까 때로는 폭포수처럼 때로는 가는 장미향처럼 때로는 손끝에서 부서지는 향기처럼 목마른 뒤 마시는 물맛처럼 달콤하다
숲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고마운 행운이다 숲내를 맡을 수 있고 숲바람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세포들이 깨어나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눈빛을 멀리하여 먼바다 풍경 속에서 파도들이 돌고래처럼 움직이는 날 아침 바람은 더 세게 숲을 흔들고 숲은 제 몸의 향기를 마음껏 내보내고 있다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자연은 착한 안내자이며 현명하고 공정하고 선량하다는 몽테뉴의 말을 빌지 않아도 순박하고 겸허하게 살면서 더 가깝지도 더 멀지도 않은 자리에서 자신이 여기 있다는 걸 알리지 않아도 그냥 가는 향기 하나로 느끼게 되는 그렇게 살아가는 법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