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by 김지숙 작가의 집

매미



새벽 물안개를 너머

창안으로 들어오는 매미소리

울다가 쉬고 울다가 쉬면서

자꾸만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숲에서 사는 게 좋다는 건지

저 홀로 있어 외롭다는 건지

이제 곧 떠나니 서럽다는 건지


바람결 새소리와 어우러져

무정한 푸른 나무 아래서

여름 날씨처럼 축축 늘어진

같은 가락으로 풍월을 읊는다



매미는 문청렴검신文淸廉儉信이라고 하여 학문에 뜻을 둔 문덕文德 이슬과 수액만 먹은 청덕淸德 곡식을 탐내지 않아 염치 있는 염덕廉德 집을 짓지 않고 욕심 없이 검소한 검덕儉德 철에 맞춰 허물 벗고 열심히 살다가 물러날 때를 알고 지키는 신덕信德을 지닌 지료知了(안다 알았다)는 별칭을 가진 곤충이다 오덕을 갖춘 곤충으로 여겼다 그래서 임금이나 관료의 모자에 매미날개를 달곤 했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나무줄기를 올라 허물을 벗고 세상밖으로 나온다 17년 인고의 기다림 여름이 다 가고 있는 뜻일까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도심의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유독 말매미 소리에 귀가 아프더니 이곳의 매미들은 그래도 소리가 그렇게 시끄럽지는 않다 말매미는 주로 큰 나무 위의 높은 곳에서 주간에 울고 아파트 단지 안에서는 매미 소리 때문에 귀가 아플 지경이 때도 있었다

참매미는 벚나무 같은 낮은 곳에서 저녁나절에 운다고 하고 쓰름매미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서 황혼에 운다고 하여 소리 내는 활동대가 다르다 그러고 보니 이곳 매미는 쓰름매미인가 보다 한낮에는 소리가 나지 않고 해거름이나 이른 아침에만 나고 그만인 것 같다

쓰름매미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경상도말로 하면 뒷심이 없는지 맴맴맴매-에-엠 하면서 힘이 없이 뒷소리가 축 늘어진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뜻이 깊고 좋다고 하더라도 어떤 벌레나 곤충도 좋아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여고교정에서 동백나무에 낙엽처럼 벗어놓은 허물을 무심코 동백이 낙엽을 다 내렸네 하면서 다가가 보니 낙엽이 아니라 수많은 매미 허물이었다 그걸 본 후로는 매미라면 아주 기겁을 하는 곤충이다

이런저런 말들로 시로 매미를 예찬하는 시들을 봐도 사실은 별다른 감흥보다는 그때 그날 화단을 덮고 있는 수많은 허물들이 먼저 머릿속에 와닿아 징그럽다는 느낌 외에 별다른 공감을 못 느끼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곳 숲에서 이른 아침이면 들려오는 매미의 노래는 작고 운율이 있는 힘이 적당한 듣기에 부담 없는 소리를 낸다 소리야 보지 않으면 어떠랴 매미도 저 싫다는 걸 아는지 저 멀리서 떨어져 우는지 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아서 다른 새소리에 섞여 꽤 들을만하다 매미에 대한 좀 더 나은 또 다른 기억을 심어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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