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응혈진 맥박에 용솟음치고
식여놀던 가슴에 사랑을 그려
이제사
눈감고도 만저질
자유와 행복인 줄 알었기에
우리는 그렇게도
마음이 가난한 백성이기에
자죽마다 피고인 설흔여섯해
-구상「우리는 마음이 가난한 백성이기에」
해방은 우리나라가 식민지시대를 청산한 만큼 새로운 시대적 가치관을 형성하고 일제의 강압으로 일관되던 민족정신의 부재가 다시 일어나는 시기이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자각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문학에서 역시 다르지 않다
식민지에서 벗어난 창작자들은 의욕적인 부분에서 회복되었으며 그간의 아픔을 참았던 것처럼 문학전문지를 비롯한 각종 잡지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민족진영 좌익할 것 없이 시 소설 수필 등에 걸친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형태로 시대적 상황과 이를 극복하려는 사명 의식 애국심 등을 표현하게 된다
구상의 「우리는 마음이 가난한 백성이기에」<부인신보>(서울 1947.6.28.)에서는 일제강점기에 피어린 고통을 겪고 난 뒤에야 해방이 되어 맘껏 가슴을 펼치고 민족의 뜻대로 살아가려 하나 결국은 다시 고통의 세월 속에 놓인 민족의 처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온다는 내용이다
시에서 인민이라는 어휘가 나오는데 이는 현재의 상황에 비추어서 읽으면 다소 이상한 느낌을 가져온다 하지만 이 시가 쓰인 시기가 해방공간이다 따라서 해방공간에서는 국민이라는 어휘를 쓰기 이전의 혼란스러웠던 상황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국을 생각할 때 뭉치고 희생하고 뜻을 함께 한다면 강한 힘을 가지게 되고 이웃 나라에 당하지 않는 완전한 독립국가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