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떼
동해안은 정말 신기한 곳이다 강릉시에 들러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꽃을 보러 갔다 연꽃 축제 하기 며칠 전이라 사람들은 덜 북적였고 그래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연밥을 따곤 했다 백연과 홍련이 어우러져 오랜만에 연꽃을 맘껏 누리는 호사를 누렸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오늘따라 아이스크림 우유 등을 쿨러 없이 산 터라 옆길로 새어서는 안 되는데, 연꽃 축제한다는 현수막에 현혹되어 차로 잠깐 둘러만 보자며 발길을 돌린 터였다
집으로 가는 길에 낚시터가 몇 군데 있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곳들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나갈 채비를 했다 내려가는 데 보니 어느 노부부가 검은 비닐봉지 가득 무언가를 두 손에 담아 지나갔다 궁금했다 음식이 상할까 시동을 켜고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바닷가에 내려갔다
낚시꾼들은 서로 낚시 근황을 묻고 있고 어느 낚시꾼은 친절히 답하고 있다. 건너편으로 차를 몰았다 며칠 비가 많이 와서 길이 없었다. 길이 사라진 물웅덩이로 차를 몰아 순식간에 맞은편으로 왔다 쿨러를 가져왔더라면..
멀리서 모래밭에 반짝이는 게 모두 멸치였다 사람들은 양동이며 비닐봉지 등을 들고 제 나름으로 수렵채취를 하고 있었다 파란 트럭을 가지고 온 사람은 몇 동이째 차로 나르고 있었다 신기했다 작은 멸치가 해변까지 와서는 파도에 밀려 더 이상 모래사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파도가 밀려가면서 모래에 남거나 모래에 박혀 빠져나가지 못한다 사람들은 열광을 하며 그것을 줍는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마침 마트에서 사 오던 작은 봉지 하나와 비닐장갑 두장을 꺼내 모래사장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던 것과 달리 해변은 멸치 떼가 송송 박혀 있다. 앞다투어 주워도 멸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해보고 싶었다. 재미있었다 허리를 굽혔다 폈다 몇 번을 주우니 정말 힘들었다. 가방을 백사장에 던져 놓고 멸치를 열심히 잡았다 미끄러져 도망 다니는 멸치를 줍는 일은 쉽지 않다 목장갑이 생각났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한참을 멸치를 잡고 좋은 놀이터를 발견해 신이 났다 한 시간을 달려와서는 집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서 갑자기 '가방' 그래 내 가방 어디 있어? 모래밭에?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우유랑 아이스크림 등 장본 것들을 옮길 틈 없이 곧바로 다시 낚시터로 향했다 엔진 오일이 모자란다는 경고등까지 뜬다 불안했다 불안해하는 내게 앞서 낚시터에서 차를 댈 곳이 없어 경사진 곳에 댔더니 그랬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온다 별 것 아니라 생각하면서 조용히 낚시터로 되돌아갔다
'역시 소탐대실을 하지 말아야 해'
중얼거린다
길이 아닌 곳으로 질러 급히 가느라고 차가 온통 웅덩이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풀이 난 물웅덩이에 빠지기도 하면서 어렵사리 그곳에 다시 도착했다.
다시 그곳에 차를 대고 급히 모래사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 보고 차에서 내려 기다렸다 마침 앞에 차를 댄 사람은 조금 작은 고등어를 수백 마리 잡아 양동이며 쿨러에 가득 싣고 간다 언제 와서 잡은 거냐고 물었더니 두세 시간 됐다고 한다 어떻게 잡았나 살펴보니 낚시로 잡은 게 아니었다 투망과 수렵용 건짐망을 이용해서 잡은 것 같다 낚싯대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투망으로 건져 올린 것 같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다시 가방을 찾아 털래털래 돌아왔다
사진 찍기를 좋아해서 눈알이 다섯 개나 되는 핸드폰을 샀는데 그걸 잃어버렸을까 내심 걱정이 했는데 이무 일이 없어 다행이다
앞 차가 나가고 차에 있는 물을 뿌려 손잡이며 창에 있는 흙탕물을 일부 씻었다 나이가 드나 아니 산 멸치에 마음을 다 빼앗겼던 거다 돌아오는 길에 엔진오일 경고등도 사라졌다 신기하다
집으로 돌아와서 급히 차에서 내려 우유며 아이스크림을 살폈다 다행히 우유는 찬기운이 그대로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말하지 않아도 물컹하다 아이스크림 덕분에 나머지 냉동식품이 그나마 이만큼 살아남았다
오늘은 보이지 않은 곳에서 아이스크림이 열일을 했다 촛불이 제 몸을 녹여 어둠을 밝히듯 제 몸을 다 녹이면서 식품을 다 살렸다. 감사하다 잡아온 멸치는 멸치 분량의 30%를 넣어 젓갈을 만들었다 푹 식으면 살을 잘게 찢어 얼릴 적 기억처럼 상추쌈에 올려 먹어볼 침이다 군침이 돈다
지금도 가끔 그곳을 지나가면서 돌아본다 어제는 시장에 파는 크기 보다 더큰 고등어떼가 들어왔다는 정보를 듣고 그곳을 지나갔다 사람들이 떼몰려와서는 낚시도 하고 투망을 했다 멀리서 한참을 바라보고는 양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