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손이 말을 한다


지문이 사라지고 딱딱한 못이 박힌

핏기 없이 푸른 핏줄만 솟구친

포동포동 야무지게 살이 오른

빈 껍질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여윈

상처 입고 피 나고 아프고 시린

마다 마디 퉁퉁 붓고 굳은살 오른

곱디고운 뽀얀 키작은 아이의


손이 말을 듣는다



사람의 손을 잡아보면 새삼 그 삶이 느껴진다 내가 손을 내밀지 않아도 잡을 수 있는 손은 상대가 내게 내밀었을 때이고 내가 손을 내밀어도 잡을 수 없는 상대의 손도 있다 상대의 마음을 아는 것은 손을 잡는대서 시작된다

그냥 헤어져도 되지만 손을 잡아보고 껴안아보고 헤어져 오는 것은 무심코 돌아서 오는 것이랑 많은 차이를 지닌다 사소해 보이지만 상대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확신과 믿음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손에서 전해오는 느낌만으로 그 사람을 알기도 한다 한 때는 손을 만지면 대강의 직업을 알 수 있었지만 요즘은 워낙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인체고 직업도 기계화되어 있어 나로서는 크게 구분은 되도 어지간히 세세하게는 구분할 수 없다

'손맛이 있다'는 말도 옛말이 되어간다 손을 그냥 사용해서 음식을 잘 만들지도 않지만 맨손으로 만든 음식을 맛있다고 마구 먹지도 않는다 '손 차가운 사람 심장은 뜨겁다' '손 부끄럽다' '손이 맞다' '손이 작다' '부처님 손안에 있다 '처럼 수많은 손과 관련된 속담과 경구들이 있는 우리의 삶에서 손은 참 많은 것을 대변한다

빈손은 무엇이든 잡을 수 있지만 무언가를 잔득 잡고 있는 손은 이것을 놓지 않으면 아무 것도 잡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손잡을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양손 가득 뭔가를 잡고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는 더 나은 것을 잡지 못한다 그래서 운명은 때로 사람들에게 빈손을 요구하기도 한다

지금 쥐고 있는 것이 너무 사소한데 잡고 놓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더 적절하고 더 좋은 것을 쥘 수 있는데, 쥐고 있는 것을 놓지 못해 그것들을 쥘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손이 말을 하거나 손이 말을 듣거나 한 번쯤은 내가 지나치게 꽉 지고 있는 것들을 다시 점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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