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목련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겨울 목련



나무 사이로 나는 박새처럼

마음도 건너는 길이 따로 있다


이제야 마음을 먹었다고

처음 고백한 연회빛 작은 얼굴들은

빈 하늘을 물고 어둠 속에서 자라고


언젠가 건넬 다발꽃들이

마음이 오가는 길 위에 모여

오늘은 더욱 구름을 닮았다



모진 겨울을 달달 떨면서도 봉우리를 송이송이 달고 서 있는 골목 입구 목련 나무를 본다 저 봉우리들은 첫봄에 꽃피우기 위해 세상에 처음 얼굴을 내밀 터이고 그 첫 겨울은 얼마나 추울까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다르고 겨울을 보내는 꽃들은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자란다 누구나에게나 처음은 있고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있다

마음이 건너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사람에게나 사물에게로 처음 건너는 마음은 어떤 길을 따라가는지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서로 친밀함 정도를 결정하게 된다 마음을 먹는다는 말은 처음으로 마음을 결정하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어렵게 결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오랜 고민 끝에 무언가를 하기로 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목련꽃봉우리처럼 인생길 자체가 대부분 어느 길이든 누구의 길이든 초행이다 일각에서는 전생 운운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정말 전생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만약 있으면 내생도 있을 거라는 생각 그리고 그다음 생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들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생이라도 제대로 살아내야지 무슨 오만일까라는 생각에 이르면 이런 생각들은 여지없이 사라진다

처음 사는 생이라 처음인 삶의 연속이라 언제나 실수를 하고 힘들고 어렵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지만 그럴 경우는 매우 운이 좋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여는 것도 모두 처음이 어렵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또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반복된 일상을 갖기도 하지만 아니다 싶으면 일화로 끝나기도 한다 한결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기도 쉽지 않다

익숙한 편안함이 주는 한결같은 일상을 원하지만 막상 그러다 보면 지루함에 일과가 묻힐 수도 있다 사람의 마음은 갖기도 힘들고 유지하기도 힘들고 떠나보내기는 더 힘들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인연을 쉽게 맺지 말라는 말들을 한다 또 시절 인연이 있으면 물질이건 사람이건 굳이 애쓰지 않아도 만나게 된다

목련꽃봉우리는 얼마나 자라야 꽃이 되는지 어둠 속에서 깊이깊이 생각하는 동안 우리는 처음이라는 이유로 사람과 사람 사이는 어디쯤이 적정한 거리인지를 조심스레 살피면서 만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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