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봄봄 봄봄』



사람



세상이 따뜻한 것은 꽃이 피어서이다

떠나면서도 고운 너는 그리움이어서이다

뒷모습도 아름다운 것은 향기를 남겨서이다





세상은 아직도 따뜻하다 아니 여전히 따뜻했고 앞으로도 따뜻해야 한다 왜냐하면 꽃이 피고 꽃을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꽃이 없다면 얼마나 허전할까

봄 여름 가을 겨울 서로 다른 꽃이 핀다 때로는 사람도 꽃이다 서로 다른 때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꽃이 된다 한꺼번에 모두 한자리에서 꽃이 된다면 꽃이 아름다운 줄도 사람이 고운 줄도 모르게 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적다고 꽃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들었다고 꽃이 아닌 것도 아니다 각각이 지닌 인생의 무게에 의지하여 크고 작은 향기를 내는 사람이 꽃이 된다

미역이나 고사리 우산이끼 버섯 고란초 관중 솔잎란 등은 꽃이 피지 않는다 이들은 꽃이 피는 식물들보다 우위를 점하지는 않고 꽃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하지만 나름대로의 영역을 고수하며 알아서 잘 살아간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평생 단 한번도 꽃피우지 않는 생도 있다 어찌보면 안타깝고 애잔하지만 그 또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생을 살다간다 꽃 피우지 못한 생이라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모르는 동안 모르는 부분에서 정말 아름다운 꽃이었을지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아는 부분만 알고 보이는 부분만 알 수 있을 뿐인데 그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고 그 평가의 오류에 대해 새롭게 알았다 하더라도 이미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유는 이미 꽃이었던 그때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은 처음부터 진심이어야 한다 제대로 알아야 하고 제대로 살아남아야 하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리움도 있고 향기도 남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겨울 목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