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가
늦가을 겨드랑이마다
햇살 수북 붙잡아두고
초록치마 아랫단 살랑살랑
다정히도 흔들더니
단숨에 사라져버린 너
실바람 불면 예쁜 얼굴
살며시 내밀어 다가서고
끝물 녹차 마시면
어느 틈에 떠나가버린 너
무심히 보내고 남은 마음이
보라꽃 수를 놓는다
그 마음 아주 떠나보내지는 못하겠다고
거제도의 어느 방파제에 간 적이 있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담장이 낮고 뻥 뚫린 그 집 마당 한가득 아주가 꽃이 봄부터 가을까지 끝없이 피고 진다 너무 예뻐서 담장 밖에서 한참을 바라보고 서 있으니 외출 갔다 오는 젊은 여자가
"예쁘죠"
"아주가랍니다"
"예"
"꽃 이름이 아주 가라고요"
"아 예ㅡㅡ"
하고는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마당 안으로 들어오라면서 베란다에 놓여 있는 사과 한 알을 집어 내게 건넸다 "기른 건 아니에요"
"예"
그러고는 아주가에 대해서 한참을 얘기하다가
"몇 개 드릴 테니 한번 키워보세요" 한다
아주 작은 뻗은 줄기를 잘라 심으면 쉽게 너무 많이 자꾸 번진다는 말을 하며 열댓 줄기를 건넨다
집으로 돌아와 지극 정성을 다했는데 생각처럼 잘 자라지 않았다 겨울이 다가오자 말라버렸다 아주 가버렸다
그러고 한참 세월이 지난 후 귀농한 친구 집에 갔더니 마당에 군데군데 아주가가 늘려 있었다
"아주가네"
"어찌 알았어 쉽지 않은데"
<속으로 어찌 모르겠어 아주 가버린 적이 있는데 ㅎ>
찬구가 몇 포기 내어 주어 키워보란다
집으로 데려와 베란다에 던지듯 심어두었다 무심하게 대해서인지 아주 잘 살고도 있다
꽃도 나무도 사람도 아는 모양이다 날마다 애면글면하고 너무 기대를 걸면 부담스러워서 잘 자라지 못하나 모다 대부분의 살아 있는 것들과는 적당한 틈을 두고 거리를 두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