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뢰이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오늘 시』




산뢰이





자식을 길러 본 사람은 안다


이따금씩 잰 걸음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안다.

눈빛이 애틋한 지 마음이 행복한지

잠든 얼굴 보면서 어진 눈망울 속

평온이 족하게 깃들어 있는지


마음 다 해 길러 본 사람은 다 안다




주역에서 산뢰이는 산아래 천둥이 울려퍼지는 상으로 생명을 기르고 봉양한다는 의미를 지닌 괘이름이다 언행과 처신이 적절하다면 누군가가 나타나서 도와준다는 의미를 지닌다 제대로 된 것을 받아들이고 제대로 표현하는 것 잘 먹고 잘 말하는 것이 스스로를 기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의미한다

자식을 기르는 일은 자신을 기르는 일보다 더 힘들다 누구나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려고 부단히 애를쓰고 노력한다 자식의 얼굴에 그늘이 생길까 배가 고플까 무엇을 원할까 이런 저런 것들을 살피며 키우느라 세월이 흐르는 줄 모르는 살아가는 게 모든 부모마음이 아닐까

나 역시 그런 부모의 자식이었다는 것을 깨닫지만 이미 너무 시간이 오래되어 할 수 있는게 없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집착하지 않고 거리를 두는 것도 현명하다는 것도 뒤늦게 깨닫는다 손길이 필요할 때 손길이 되어주어야 하고 눈길이 필요할 때 눈길을 주어야 하고 마음이 필요할 때 마음을 주어야 한다 사람 사이가 다 그렇듯이 가까울수록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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