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루질

by 김지숙 작가의 집

시집詩集『오늘 시』




해루질




주꾸미를 잡으려면

텅 빈 소라 껍데기부터 구해야 한다

작은 구멍을 내고 튼튼한 동아줄에 주렁주렁 엮어서

바닷물에 풍덩 던져야 한다


한 번이라도 들은 적이 있다면 쉽지만

들은 적 없다면 할 수 없는 일

사는 길도 딱 그렇다

도처에 산재한 살 길인데 일러주는 이

아무도 없고 아는 길도 드물다


일러줘도 듣는 이 드물다

여기가 석방렴이라 아무리 말을 해도

두 귀를 두 손으로 꼭 막고 있다




도움이란 남을 돕는 일이다 세상에서 사람이 사람을 돕는 것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도움을 주거나 받고자 해도 상대가 원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선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보다 나아 보인다거나 뭔가 있어 보이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서 높은 곳에 있다면 그나마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건 허공을 울리는 공허한 소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가 삶에 훈수를 두면 그저 묵묵히 듣고는 있지만 그걸 실천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지나고 보면 그 말이 옳았고 그 말을 따랐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더라도 말이다

운동 중에 멀리뛰기가 있다 도움닫기는 발구름대를 딛고 공중에서 젖혀 뛰기 다리 모아 뛰기 가위뛰기 하치 킥 같은 공중 동작을 거쳐 찾기를 한다 전력질주하는 달리기와 달리 발구름판에 보폭을 정확히 맞추어야 하므로 초반에 힘차게 가속하다 중간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도움닫기는 바로 다른 사람의 도움과 마찬가지이다 도움닫기의 정도에 따라서 개인의 역량을 펼치는 공중 동작이 얼마나 공중 동작이 가능한지 알게 된다 누구나 공중 동작에 집중하여 공중에서 스피트를 높이고 착지 지점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연구하고 노력하지만 가장 중요한 도움닫기가 없다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고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상황이 오기까지 뒤에서 애태우고 숨죽이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그다지 생각하지 않는다 밥 한 수저가 내 입안으로 들어오기까지 수많은 노고와 내가 입고 있는 옷이나 누리는 사물에 대한 감사는 돈이라는 가치와 맞바꿔 버려서 생각할 필요도 없고 누구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가 바뀌고 나이를 먹으면서 한 가지 정도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철이 든다면 더 좋을 것이다 최소한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은 그가 누구든 흘려들어야 한다 그 속에서 인생의 답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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