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용
자연물과 자아가 하나가 되는 것을 흔히 '물아일체物我一體'라고 한다 현실은 마음 같지 않게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더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자연과 멀어진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의미로 신토불이身土不二와 더불어 물아일체라는 말이 사용된다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일이 어쩌면 가장 오래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깨닫는 것일 수 있다
꽃들의 시간표에는 시간이 없다
해와 달이 하늘의 시계추이므로
하루, 한 달, 사계절 구애의 열정으로
몸을 내맡길 뿐 햇빛과 바람과 빗소리
하늘이 가르쳐 준 받아쓰기 만점일 때
꽃들은 기도문을 읊조린다.
-이운용 「꽃들의 시간표」 일부
토테미즘에서는 동물 및 나무와 같은 자연 세계를 숭배하고 이들과 일치하고 우상화하고 자연 세계와 하나로 있으려는 자연물 숭배사상이 나타난다. 이는 여러 종교가 발달하는 단계에서 나타난다. 동물은 토템으로 변하여 친숙한 종교적 행위에 가담하고, 싸움터에서는 동물의 가면을 쓰고 신으로 숭배받는다. 하지만 현대에는 더 이상 자연물을 숭배하지 않고 인간 스스로 만들어 낸 기술품과 예술품 등으로 대처된다.
화자는 꽃이 바람 햇빛 비에 몸을 맡긴 채 ‘하늘에게 배운 받아쓰기’를 배우고 기도문을 읊는다. 꽃은 자연현상으로 존재하며 내면적 성숙 또한 하늘의 뜻이 담은 그대로 수용한다. 이는 부성애에 기반을 둔 사랑으로, ‘받아쓰기’의 명령의 원칙과 법칙을 수용한 점에서 확인된다.
시에서 ‘사계절 구애의 열정으로/몸을 내맡길 뿐’점에서는 ‘상대’에서는 상대에 대한 고도의 몰입상태에 있으며 대상에 끌려 자신을 잊고 자연일체의 상태에서 순리대로 살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고요한 마음 상태에서 편협한 자기 판단을 버리고 ‘하늘이 가르쳐 준 받아쓰기 만점일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만물과 조화롭게 합일하는 상황이 되는데 이는 ‘꽃들은 기도문을 읊조린다.’에서처럼 절대자의 명령에 복종하는 부성애적 신을 향한 사랑의 특징을 드러난다.